세제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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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무부는 세제 개혁안을 매듭짓고 곧 이를 정부안으로 확정 시켜 9월 국회에 제출하고자 서두르고 있다.
그 동안 세제 심의 위원회에서의 예비 심의를 거듭했을 뿐만 아니라 전경련·상공회의소 그리고 노조 등의 의견을 반영시켜 개혁안을 다듬었다 하므로 이번 세제 개혁은 그 절차 면에선 종전보다 확실히 진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전에는 정부 당국이 세수 증대만을 위해서 세제 개혁을 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하였던 것인데, 이번 개혁에서는 재무부가 허심탄회하게 세제 개혁의 기본 방향을 세제 심의 위원회에 위임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번 세제 개혁 작업에서는 비교적 진보적인 의견이 많이 제시되었다 할 것이며 세제 심의 위원회의 다수 의견을 반영시킨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균형 있는 세제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가령 연간 1천억원을 상회하는 예금 이자에 대해서 과세하는 원칙이 채택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되고 있는데 이는 내자 동원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벌써 전경련과 상공회의소는 예금이자 과세가 저축 「무드」를 저해한다고 해서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예금이자에 과세하는 경우, 사채 이자에 대하여도 현행 세율대로 방치할 수는 없어 이를 이번 세제 개혁에서 조정하기로 한 것도 전진적인 것이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의 양도소득에 과세함으로써 합법적인 탈세의 길을 막으려 하는 것도 공평 과세라는 면에서는 좋은 것이라 할 것이다. 요컨대 종래에 매우 우대하던 재산소득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은 불평등 과세를 막음으로써 일반적인 불만을 해소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될 법도 하다.
그러나 재산 소득 층에 중과함으로써 조세 부담의 공평을 기하겠다는 이상이 어느 정도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힘들 것이다.
예금이자에 비과세 함으로써 많은 혜택을 보고있을 뿐만 아니라 병종 배당 소득에 저율 과세함으로써 사채의 자기 거래를 통해 실질 이익을 보고있던 측이 현행 세제 하에서도 세금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다고 불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재산 소득의 중과 문제가 단순치 않다는 것만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재산 소득에 대한 중과 원칙을 세법상으로 현실화시키는데 따른 부수적인 문제를 당국은 신중히 배려해야 할 줄로 안다. 즉 세법상으로 중과하는 대신, 납세 이외의 부수적인 기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정리하는 문제를 당국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네이산」 고문단의 「존슨」 박사가 국세와 지방세를 일원화하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중앙 정부 재정의 경직성 문제를 고려할 때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방세를 국세로 일원화시키는 경우 오히려 중앙 정부 재정의 경직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번 세제정책과 분리해서 장차 연구할 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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