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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로 나선 정 총리 "국정원 댓글 엄정 수사·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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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정 총리는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 규명을 약속했다. [김상선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정국을 풀기 위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와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정 총리는 담화문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등과 관련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믿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정 총리가 엄정수사와 책임자 처벌 등의 수습카드를 제시하고 나선 형국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침묵했다.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도 주재하지 않았고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영국·프랑스 방문 준비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보다는 국내정치와 거리를 두며 정쟁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관측이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을 교체·정비한 만큼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를 마무리 짓게 하고 자신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게 주변의 설명이다. 자연스레 박 대통령과 정 총리 간 역할분담이 이뤄진 것이란 얘기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중요한 시점에 정치권이 정쟁으로 시간을 소모하다가는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지난 토요일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을 하기로 청와대와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석 중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인선을 끝낸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두 기관을 통한 사정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도 이날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세워 확실히 정상화시켜 나갈 것”라고 밝혔다. 전방위적 사정작업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하지만 여권의 구상대로 정국 혼란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정 총리 담화에 대해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정국 호도용 물타기 담화”(배재정 대변인)라고 비난했다. 배 대변인은 “불법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과 검찰총장·수사팀장 찍어내기 등으로 정국이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총리가 보여준 안이한 시국인식은 한심한 수준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도 “오랜 침묵을 깬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박비어천가의 결정판”이라며 “대통령 칭송만 되풀이하는 것을 보며 마치 딴 나라 총리의 딴 나라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했다”고 했다.

글=신용호 기자, 세종=최준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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