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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주변정세 격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닉슨 미 대통령의 중공방문 결점으로 조성된 아시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전진적인 자세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통일 안보에 관해 중대한 외교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할 것을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미 일련의 고위층 회의를 갖고 닉슨 중공방문후의 아시아 정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신축성 있는 외교정책을 다듬고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취할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박대통령의 「8.15선언」을 토대로 앞으로 적당한 시기에 새로운 정책천명으로 공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갑작스런 미·중공간 접근화해 무드의 조성은 미·중공간 적대관계지속을 대전제로 해서 설정해 놓았던 한국의 국제 정치상 좌표를 크게 뒤흔들어 놓고있다. 국제정치상황의 대전환기에 대해서 정부 지도자들이 냉정과 이성을 잃지 않고 객관 정세의 추이를 예의 주시, 검토하고 변화의 도전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 조종에 있어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중공간의 해빙 무드는 60년대에 이르러 미·소가 평화공존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초년 대에 와서 미·중공간의 평화공존을 가져오게 할것이 거의 틀림없는 일이요, 또 미·중공간의 평화공존 도달은 미·소의 평화공존이 유엔에 「상대적인 안정」을 이루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아시아」 에도 「상대적인 안정」을 이루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해서 조만간 「아시아」에도 「상대적인 안정」이 형성되면, 남북한관계는 국제권력정치의 세력권 적 대립에서 해방되어 나올 가능성이 짙어질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강대국의 세력권 대립 적에서 벗어난다 해서 반드시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공고해지는 것을 의미치는 않는다. 왜냐하면 한반도를 에워싼 국제 정세의 방향이 평화공존으로 기울어진다 하더라도, 이 대세에 순응해서 남북이 평화공존을 모색하게 될 것인가, 혹은 종전처럼 적대관계를 지속하게 될 것인가는 주로 한민족자체의 의사여하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을 이룩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호전주의집단인 북괴가 국제정치정세의 여건변화를 외면하고 과거 및 현재와 마찬가지로, 침략에 의한 대한민국 말살정책을 지속코자 한다면, 우리 역시 자위의 입장에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충분한 무장을 가지고 싸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남북관계를 싸고도는 국제정세의 근본적 변화는 설령 남북간에 단독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제전쟁으로 에스컬레이트할 가능성을 크게 줄이게 할 것이므로 우리는 의연한 민족 자결 정신을 가지고 화전양태에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전적으로 남의 나라의 힘만을 빌어 가지고 안전 보장을 하겠다든 가, 통일을 성취해 보겠다든 가하는 사고방식이 점차로 통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똑똑히 인식하고 새로운 정세변화를 전진적인 자세에서 맞이해야 한다.
대전환기를 맞이함에 따라 한국의 국방외교상 진노에 관해서 활발한 대중적인 토의의 전개가 불가피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토론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유연한 분위기의 조성을 인정해 줄 것이냐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왜 그런고 하니, 토론에 있어서의 자유분위기의 형성이 있어야만 여러 가지 의견이 발표될 수 있고, 대립하는 의견 상호간에 경쟁이 있어야만 비합리적인 것이 구축되고 합리적인 것이 여론화하여 나중에는 권력적인 집행에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무책임한 언론이 난무하여 혹세무민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나 사회체제 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인사들이 국제정세의 조류에 순응하면서 대 공산권 관계에 있어서 전략·전술상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억압해서는 안될 것으로 안다.
너무도 강직성이 강한 법적 제약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는 남북 관계의 개선을 논의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일종의 「터부」처럼 취급되어 왔었다. 그러나 한국의 좌표를 다시 정리하고 이동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는 세론 의 전환과 재 결속을 위해 통일논의를 「터부」로 보아서는 도리어 국가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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