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가계통신비 계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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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통신비 15만2023원 중 통신서비스 비용은 14만6059원, 통신장비는 5964원’.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월 가계통신비다. 하지만 할부로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이동통신 고객들은 이 수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매월 부담하는 통신장비 비용은 실제보다 적게 나온 반면 통신서비스 비용은 생각보다 많게 산정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주먹구구식 가계통신비 계산법이 도마에 올랐다. 통신서비스 이용료와 단말기 할부금을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내다보니, 소비자들에게 가계통신비가 과다하게 나오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나성린·권은희(이상 새누리당) 의원이 이동통신 3사의 요금고지서 등을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객들은 지난해 통신서비스 비용으로 매달 11만977원을 냈고, 단말기 할부금으로 4만1046원을 냈다. 단말기 할부금은 통계청이 밝힌 통신장비 비용의 약 7배나 된다.

 이 같은 오류는 통계청이 자동이체·카드결제로 처리된 통신비 항목을 정확히 분류하지 않고 편의대로 통합해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통사들은 통신요금을 통신서비스 요금(이동전화 요금), 부가사용금액(문화서비스-콘텐트), 단말기 할부금(통신장비-이동전화기기) 등으로 각각 분류해 고지서를 보낸다. 그러나 통계청은 이를 ‘이동전화 요금’으로 뭉뚱그려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말기 할부대금까지 통신서비스 요금으로 잡히면서 전체 가계통신비가 올라가는 오류가 생긴다. 이런 식이다 보니 2007년 이후 통계청이 조사한 단말기 월 할부금 부담 추이는 2008년 2598원, 2009년 2067원, 2010년 1837원, 2011년 2860원, 2012년 6700원으로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최근 주요 스마트폰의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현실은 반영하지 못하고, 통신서비스 비용만 오른 것으로 비쳐 그간 부담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국민의 소비패턴과 결제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방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통계청은 조사방법 개선과 철저한 조사원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는 통계청과 협의해 실태를 파악하고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아 나가기로 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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