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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학의 과제 중국문학이 한국문학에 끼친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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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비교문학회의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자유중국 대북에서 담강대학주최로 열린다. 오늘날 비교문학은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되었고 1955년 「국제비교문학회」(ICLA)가 탄생한 이후 해마다 국제회의가 열리는 등 각국에서의 비교문학에 대한 열의는 점점 높아져왔다. 다음은 이번 대북대회에 한국대표로 이하윤 교수(한국비교문학회장)와 함께 참가하는 전규태 교수(연세대)의 논문 「중국문학이 한국문학에 끼친 영향」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무릇 작가나 독자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자기나라의 문학작품 가운데에서 어떠한 만족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얻으려고 드는 법이다. 그러한 것은 이조후기의 우리 나라의 실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고전문학(갑오경장이전)은 주로 인접한 중국문학과의 교류로 그 영향을 크게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의 옛문학과 중국문학과의 비교는 퍽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같은 비교문학적 연구의 결과가 기성의 역사적 지식을 번복시키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중국에 대하여 사대적인 태도를 계속해서 취해온 지난 몇 세기 동안에 아무런 관계가 없이 두 나라의 문학사이에 본래의 계통을 공상한다든가 하는 따위는 자칫해서 비교문학의 역으로 생각되기 쉬우나 확실히 한국의 고전은 중국문학에서 힘입은 바가 큰 것이다.
심지어는 그 사상, 감정 및 수사어구, 조사법, 그리고 「모티브」와 「플로트」에 있어서까지 온통 그 영향하에 지배되는 경우가 흔하게 엿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고대 중국설화가 우리 설화에 끼친 영향, 고려의 패관문학이 중국에서 받은 영향, 명·당·송·원대의 소설이 한국소설에 미친 영향, 한국시가에 끼친 당시, 송사의 영향 등을 구체적인 예증을 들어보임으로써 한국고전문학의 본령을 부조시켜 보려는 것이다.
사실 고려왕조의 경기체가는 한시의 영향아래 이루어진 산물이요,『용비어천가』는 중국의 고시체를 본떠서 지은 악장이며 한국 고대소설의 효시인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중국명조시 구우가 지은 『전등신화』를 모방한 것이다. 『금오신화』를 이루고있는 다섯 편의 내용이 『전등신화』와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가를 일례로서 보이면 다음과 같다.
①만복사저포기(금)-부귀발사적지(전) ②이생규장전(금)-위당기우기(전) ③취유부벽루기(금)-감호야범기(전) ④남염부주지(금)-태허사법전(전) ⑤용궁부연록(금)-수궁경회록(전)
이러한 작업은 당·송의 전기소설과 원대의 백화소설, 그리고 명대의 인정소설 등의 수입경로 및 그 영향을 천착하는 일에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시가에 있어서는 시조문학에 끼친 중국시가의 영향관계, 한국의 경기체가와 중국의 악가, 악부와 「가사」와 중국의 낭송체 운문 및 사·부 등을 주제·소재·묘사 등으로 체계 분류해 보면서 그 「장르」별로 그 받아들임의 경로 각색, 그리고 문체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아울러 주자학·실사구시학 등이 이조문학에 끼친 영향 따위도 측면에서 고구해 보았다.
그리고 좀더 범위를 확대시켜 멀리는 인도·몽고문학 등의 영향문제도 곁들여서 「아시아」비교문학 연구의 과제로 제시해보았다. 예컨대 인도의 범패와 중국의 한찬과 신라의 사뇌가와의 비교문학적 과제라든가 인도의 『전동자』『법묘동자』와 중국의 『비파』와 이조의 소설 『심청전』, 그리고 일본의 『소야희』와의 영향관계, 불전과 한국의 『두껍전』,몽고의 『박타는 처녀』와 한국의 『흥부전』 등은 충분히 비교문학적 고찰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연구는 「아시아」비교문학자간의 공동작업으로 천착될 수 있다고 본다.
문학이란 그 어느 나라의 문학임을 막론하고 문학의 기본적인 「이모션」인 희비·애증·질투·야심 따위와 인류공동의 운명인 생사·노병 등 소재는 똑같은 것이다. 다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법만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비교연구의 결과를 좁혀 어떠한 카테고리 안에서 본다면 두 나라문학의 상호영향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문학의 원리를 체득할 수 있게 하는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교통·통신망과 각 나라 국민들 사이의 접촉 등이 빈번하여짐에 따라 언어는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도 체험적인 동류감이 강해져서 외국문학에 대한 일반적 흥미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참으로 문학의 고립된 발전이란 자고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문학작품 가운데에서도 시나 소설의 영향이란 국제적인 것이다. [대북「국제비교문학회의」전규태 교수 발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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