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변경 등 10여 개 방안 검토 최근 투명 댐 타당성 기초 조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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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14면

완성된 카이네틱 댐 개념도. [자료 문화재청]

지난 10년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많은 방안이 제시됐었다. 가장 먼저는 2003년에 나왔다. 문화재청이 ▶사연댐 수위조절 ▶계곡 물길 변경 ▶물막이벽 설치 세 개 안이었다. 여기에 울산시는 ▶터널형 수로로 물길 변경 ▶반구대 하류에 물막이 댐 1개소와 배수 펌프장 설치를 제시했다. 이 안은 2008년 7월 17일 열린 1차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됐다. 결과는 모두 보류.

10년간 나온 암각화 보존 방안들

울산시는 2009년 5월 4일 임시제방 설치를 다시 제안했다. 암각화 80m 앞에 폭 300m, 높이 10m되는 제방을 설치하고, 암각화 바로 앞의 산을 갈라 물길을 만들며 암각화 주변은 해발 52m로 매립해 정지한다는 것이다. 52m는 계곡을 막은 사연댐의 수위가 암각화를 건드리지 않는 높이다. 하지만 한 달쯤 뒤인 6월 18일 열린 2차 문화재위원회는 ‘주변 환경을 훼손하고 현장을 심하게 변화시켜 안된다. 사연댐 수위를 낮춰라’라는 결정을 내렸다.

2년쯤 뒤인 2011년 8월 18일 3차 문화재위원회가 열려 ▶터널형 물길 변경 ▶임시제방 설치 ▶유리벽 설치가 논의됐지만 모두 ‘역사 문화와 경관을 심하게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울산시는 또 2013년 3월 한국수자원학회와 공동으로 ‘생태제방’을 제시했지만 문화재청은 ‘원형 경관과 지형 변경을 수반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사업비 255억원도 문제였다.

2013년 4월 울산시는 ‘터널형 수로 변경안’ ‘생태제방 설치안’ ‘수위 조절안’을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실험한 내용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 실험은 울산시가 5억5000만원을 부담해 2012년 5월부터 2013년 3월 22일까지 했다. 그러나 이 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없었다. 이때까지 울산시는 ‘암각화 자체의 보호’에 중점을,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는 ‘암각화와 주변 전체 보호’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2013년 5월 등장한 카이네틱 댐(가변형 투명 물막이)에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왔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카이네틱 댐은 암각화 앞을 높이가 조절되는 폴리카보네이트 투명 댐으로 둘러싸 물이 들이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합성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강화유리보다 충격과 내구성이 150배 높으면서도 투명하다. 논의는 빠른 물살을 탔다. 국무조정실 중재로 문화재청·국토교통부 등 4개 관련 부처가 댐 설치에 합의했다. 6월에는 카이네틱 댐 설치 추진협약이 체결됐다.

암각화 앞에서 카이네틱 댐 설치 타당성 조사를 위해 지표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기초조사를 위한 예산 7억원이 투입돼 현지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울산광역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가니 지표조사가 한창이었다. 하천 현황조사, 측량, 지질조사, 암석조사, 공사 여건조사 같은 것들이 진행 중이었다. 한편으론 암각화 주변에 옛 유적들이 있는지 살피기 위한 굴착조사도 있었다. 여기서 유물이 발견되면 댐 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아닐 경우 공사 계속 여부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로 넘겨진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현재 선사시대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진다.

카이네틱 댐을 추진하는 측은 댐은 간단히 해체해 이동할 수 있고 높이도 조절돼 홍수 때가 아니면 시야를 차단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립만 하면 돼 현장 훼손이 최소화된다는 것이다. 댐과 바위를 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 블록으로 붙여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고도 완전 밀착시킬 수 있다고 한다. 투명유리를 설치해 보관하는 예는 석굴암(1976년), 광개토왕비(1982년), 원각사 10층석탑(1999년) 같은 여러 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네틱 댐 진척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댐은 암각화의 주변 환경을 모두 해쳐 보존차원에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수압을 고려하면 계곡 바닥과 암각화 주변 바위에 쇠못을 박고 콘크리트 그라우팅을 해서 붙들어 매야 한다는 것이다. 유리섬유 콘크리트를 넣어 암벽에 붙이는 방법에 대해 그는 “수평 방향 수십m 길이의 바위 층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것도 시멘트로 막아야 한다. 댐의 바닥 틈새로 물이 들어오는 것도 막으려면 바닥 정리를 하고 5~6m 깊이로 10여 군데 파서 쇠말뚝을 고정시켜야 한다. 아니면 홍수 때 다 쓸려 내려갈 것”이라며 “카이네틱 댐 공사과정에서 암각화 주변은 영구적으로 훼손될 텐데 그게 무슨 보존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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