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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큰 「커미션」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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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커미션」거래 제거를 위한 은행가의 수사 바람은 의외로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재무부 요청에 따라 검찰에서 착수한 「커미션」수사가 표면화하자 재무부 당국은 그 뒤처리에 명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말아 달라고 검찰에 다시 구두 요청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한편 시중 은행장들은 지난 6월7일에 선언한 「은행 정화 운동」의 강화를 다짐하면서 단결된 힘으로 뒷수습하기에 동분 서주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검찰에서 밝혀지던 날 (3일), 김성환 한은 총재와 민영훈 은행 감독 원장이 남덕우 재무장관을 방문, 일련의 협의를 가진데 이어 일요일인 4일엔 5개 시은행장들이 국제 「호텔」에서 회합, 검찰 수사에 대한 대책과 은행 정화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커미션」과 관련된 예금과 대출을 일체 거부하고 은행간에 감시망을 두어 밝혀지는 대로 인사 조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결의를 5일 하오 5개 시은행장들이 직접 김원기 재무부 차관을 방문, 전달했으며 재무부는 환율 인상과 금리 조정의 뒷수습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커미션」수사가 확대되면 자금난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이상의 수사 확대는 말도록 검찰에 요청했다.
「커미션」거래는 신문에 알선 광고가 날 정도로 표면화됨에 따라 이를 법에까지 호소하게 되었지만 수사의 손이 뻗자 의외로 파문이 확대되어 그 뒤처리가 「딜레머」에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커미션」거래는 그 동안의 경과로 보아 단번에 뿌리 뽑기는 너무나 힘겨운 과제이다.
고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내자 동원 계획의 일환으로 저축 목표가 은행별 지점별로 할당되어 은행 업적 평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고 폭주하는 대출 수요와 대출 고정화 현상은 은행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켜 금리에 「커미션」까지 붙여 예금을 사는 일은 언제부터인가 은행간에 공공연한 비밀로 인정돼 왔다.
크게 보아서 그 동안의 여건이 「커미션」거래에 의한 예금 유치가 불가피했었고 작게는 이러한 여건에 맞추어 업적을 올리려는 은행 간부들의 경쟁적 노력이 「커미션」거래를 촉진시켜 온 셈이다.
감독 기관인 재무부나 은행 감독원이 금융「브로커」의 활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지만 이러한 금융가의 환경이 「브로커」의 부식이 가능케 한 것이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은행별 저축 목표 배정이 폐지되고 은행고과에서 예금 실적을 위주로 한 평가가 시정되었지만 이러한 조치가 뿌리 깊은 「커미션」을 일소하기에는 소극적인 것이며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저축 목표 배정제 폐지, 인사 고과 제도의 시정 등 환경 정비와 함께 저축 증대에 관한 법률에 걸려 한목에 없애 보겠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잘못이 없겠으나 그 동안의 환경이 너무 멍들어 있었던 탓으로 오늘의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 정비에 의해 은행 자체를 건전화해 가면서 「커미션」을 요구하는 「브로커」등을 사직 당국에 고발, 서서히 시정해 가는 방식을 택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커미션」수사의 여파는 이제 정부 당국이나 은행 고위 간부들의 문제 뿐 아니라 은행 직원들의 문제로까지 번져 6일 전국 금융 노조가 『은행 부정 책임은 대부분이 정부에 있다』고 지적, 직원들 자신이 부정 배제에 나설 것을 선언, 9일에는 전국 대의원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커미션」배제를 법에 호소하려는 정부의 당초 시도보다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젠 「커미션」거래를 법에 호소하고 그 책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율인상·금리 조정 등에 곁들여 새로운 자금난을 일으키지 않도록 순수한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뒷 수습책도 아울러 검토돼야할 것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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