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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LCD 관세장벽 넘었지만 … 넘치는 공급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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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에서 버스로 1시간30분가량 서쪽으로 달리면 ‘쑤저우(蘇州) 공업원구(園區)’에 다다른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만 5000여 곳이 넘고,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86개사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IT(정보기술)·바이오·나노 분야의 최첨단 기업·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동방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쑤저우 공업원구는 최근 북한 개성공단을 비롯해 주요국 경제발전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쑤저우 공업원구가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변모하는 데 중국 정부의 해외기업 지원도 한몫했다. 우선 입주기업에 공장설립·용지심사·회계·노무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행정민원을 한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해결될 때까지 진행상항을 수시로 알려줄 만큼 서비스 정신이 뛰어나다.

 이 같은 환대를 받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25일 이곳에서 8세대(2200㎜×2500㎜) 액정화면(LCD) 패널 생산공장인 ‘삼성쑤저우LCD’ 준공식을 했다. 쑤저우LCD에서는 초고화질(UHD) 및 풀HD 해상도의 48인치·55인치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중국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기술과 가격 경쟁력, 차별화된 제품전략으로 중국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많다. LCD 패널 공급량이 늘면서 ‘치킨게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도 허페이 공장을 내년 1분기부터 가동한다. 중국의 CSOT도 생산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또한 내년부터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 생산공장을 가동한다. 당초에는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앞당길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비해 LCD패널을 사용하는 TV시장 성장세는 크게 꺾였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LCD TV에 대한 수요는 주는데 패널 공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 LCD 패널 가격 하락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치킨게임 우려에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준공하는 것은 수입 관세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디스플레이 시장이 큰 중국이 갈수록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어 중국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생산 이외에 별다른 카드가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LCD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5년까지 중국 TV의 80% 이상을 현지 업체로부터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LCD 패널 수입관세를 지난해 4월 3%에서 5%로 올린 데 이어 조만간 8~10%로 또 올릴 계획이다.

 치킨게임 우려 속에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LCD업체들은 고해상도 스마트폰·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나 UHD·유기발광다이오드(OLED)·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HMC투자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국내 업체는 이제 고부가가치 제품을 어떻게 더 많이 팔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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