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책… 제3의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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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검토중인 정부미의 부분적 배급제는 소비자 보호위주의 종전의 저 곡가 정책과 소비자 및 생산자를 다같이 보호하는 현행 양곡정책방향을 급선회, 생산자는 계속 보호하되『소비자는 보호받아야 할 사람만을 보호한다』는 제3단계 양곡정책으로 전환함을 뜻하는 것이다.
즉 이중곡가제에 따른 막대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까지 싼 정부미를 방출함으로써 일종의 보조형태로 혜택을 주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쌀 소비 절약풍토 조성마저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배급제구상 뒤에는 계속적인 고미가 정책으로 생산의욕을 북돋우어 증산으로 유도해가되 고미가 정책에 따른 재정부담은 보호받지 않아도 될 고소득층에 전가하는 한편 저소득층에는 계속 싼값으로 정부미를 방출하여 전체적으로는 소비절약을 도모하고 또한 정부로서도 막대한 외미 도입의 불명예를 해소시켜보자는 뜻이 숨어있다.
한편 식량자급이 어려운 것은 생산이 부족하다는 것 외에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데도 원인이 있으며 따라서 이 정도 가격 면에서 조절을 해보자는 것인데 지난 60년 이후 70년까지 쌀 생산량이 연율 3%로 증가한데 비해 소비는 3·3%씩 늘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구상은 이때 일부지방도시에서 시험되고 있다. 대전·청주·전주 등 3개 지방도시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자율적으로 정부미의 배급제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물론 목적은 소비절약의 측면보다 물량 면에서 제한된 정부미를 배급제에 의해 방출함으로써 일반미와의 가격차를 노린 정부미의 유출을 막자는 것이지만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정부가 구상증인 배급제는 아직 방법론을 비롯,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3개 도시의 배급제와는 달리 도시 저소득층에만 싼 정부미를 배급해주고 고소득층은 배급대상에서 제외시켜 일반 미를 이용케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막대한 외화로 연간 1백만 명이 넘는 외미를 도입하고. 또 비싼 값으로 정부가 쌀을 수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싼값에 방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보조로 쌀 소비를 조장시키고 있는 모순을 시정』키 위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면 배급제가 최선의 방법이나 상품화하는 쌀을 모두 매입하려면 적어도 2 ,3천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재정부담을 고려, 부분적 배급제나마 차선책으로 채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쌀 배급제에 대해서는 현행 정부미 유통체제가 많은 허점을 지니고있고 또한 일본 등에서도 배급제와 자유미 제도를 병행, 실시하고있는 점을 들어 일단 타당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면 배급제가 아닌 부분적 배급제는 현재의 생산부족, 정부미의 기능 및 배급의 방법론 등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즉 정부가 쌀을 수매, 보유하는 근본목적은 쌀값이 일반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쌀값을 연중 평준화하기 위한 가격조절에 있기 때문에 정부미 방출제한은 일반미 값을 더욱 부채질하여 결과적으로는 일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행제도 아래서도 서울의 경우는 총수요의 90%까지 값싼 정부미로 충당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미 값과 정부미 값은 가마당 1천 5백원선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인데 부분 배급제에 의해 일반미 수요가 증가하면 신규수요에 의한 일반미 값 상승은 엄청나리라는 관측이다.
또한 일본은 전전부터 실시해온 전면배급제 및 강력한 이중곡가제로 최근에는 오히려 쌀 잉여국이 됐고 이에 따라 재정부담(69년 도중 이중곡가제에 따른 결손은 약 3천억 원)을 덜기 위해 69년부터 일부 자유미 제도를 병행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만성적인 쌀 부족 국이기 때문에 부분배급제를 실시하면 일반미 폭등 가능성에 대비, 농촌의 출회량이 격감, 정부의 쌀 수매가 어려울 것이고 배급대상이 안 되는 중·고소득층의 식 생활비 가중은 예상 밖의 사회문제가 된다는 의견이다.
한편 배급의 방법론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있다.
즉 배급대상 저소득층을 어떻게 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배급제에 따르는 행정당국의 부정, 그 감독 그리고 배급 쌀의 전매방지책 등 문제점은 많다.
그런데 일본은 1943년에 전쟁용 군량미조달을 목적으로 처음 전면 배급제를 실시했으며 전후에도 이 제도를 답습, 이중곡가제를 강화했다..
67년부터는 배급제에 따른 소비절약과 고 미가 정책에 따른 증산시책이 주효, 비로소 쌀 잉여현상이 나타났으며 따라서 69년부터는 자유미 제도를 도입, 배급제와 병행 실시하고있다.
그러나 일본은 쌀 배급제에 따른 인위적인 쌀 소비절약을 추구하는 동시에 낙농 및 축산산업을 육성, 자율적인 소비「패턴」 전환을 함께 추진했는데 잡곡 및 사료 도입 량은 연간 각각 약5백만 원으로 우리 나라의 밀 1백 30만t, 옥수수 30만t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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