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멈춰, 3연승 판팅위 … 강동윤이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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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진 판팅위(왼쪽), 강동윤(오른쪽)]

최기훈이 이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제15회 농심신라면배에 한국 선봉으로 나선 최기훈 4단을 향해 바둑팬들의 간절한 응원이 쏟아졌다. 25세의 최기훈은 국제무대에선 무명이나 다름 없다. 한국랭킹도 까마득한 58위다. 상대 기사는 중국의 판팅위 9단. 올해 응씨배 우승컵을 거머쥔 17세 소년 강자로 중국랭킹 7위다. 상대가 안 되는 전력임에도 최기훈의 승리를 기대한 데엔 이유가 있다. 최기훈은 농심배 예선전에서 이창호-이세돌-김승재-이원영 등이 포진한 최악(?)의 조에서 우승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이원영을 결승에서 제압하고 생애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그 기세라면 혹시 판팅위를 제칠 수 있지 않을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기훈은 대모양작전을 펼쳤으나 판팅위의 침착하고 정확한 침투를 막아내지 못하고 6집반을 졌다. 22일 일본의 야오츠텅 초단에 이어 23일 최기훈을 제친 판팅위는 24일 일본의 두 번째 주자 안자이 노부야키 6단을 꺾으며 가볍게 3연승을 거뒀다. 판팅위는 중국에서 ‘소년 석불(石佛)’로 통한다. ‘돌부처’ 이창호 9단처럼 느릿하고 침착한 기풍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별명엔 농심배 불패를 자랑하던 이창호처럼 위대한 석불이 되라는 주문도 담겨 있다.

 3연승한 판팅위는 목표를 묻자 ‘9연승’이라고 답했다. 한국과 일본 10명의 선수 중 9명을 혼자 꺾겠다는 얘기다. 과거 역시 국가대항전이었던 진로배에서 9연승을 거뒀던 ‘서봉수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중국은 초반에 탄샤오가 3연승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우승은 한국 몫이었다. 최철한 9단과 박정환 9단이 막판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5일 한국의 두 번째 주자로 출전할 선수는 한국랭킹 6위 강동윤 9단인데 과연 이쯤에서 판팅위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15회 농심신라면배가 22일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랭킹1위 박정환 9단, 2위 김지석 9단, 5위 최철한 9단, 6위 강동윤 9단, 그리고 최기훈 4단이 대표로 출전했다. 중국은 랭킹 1위 천야오예 9단, 3위 스웨 9단, 6위 저우루이양 9단, 공동 7위 탄샤오 7단과 판팅위 9단이 나왔다. 1라운드는 25일까지, 2라운드는 12월 부산에서 이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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