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문서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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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조 야는 지금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 세기적인 논란은 이른바『미국의 대 월 정책수립과 정사』라는 문서가 NYT지에 실린 데서 비롯되었다. 세기적이라는 표현은 미국이 일 찌기 이처럼 국가위신에 스스로 먹칠을 한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동원한 말이다. 더구나 그것이 20세기 후반의 가장 큰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월남전에 관한 비밀이라는데 논란의 초점이 있다.
우선(극비)라는 딱지가 붙은 이 문서는 어떤 것인가를 보자. 작성 명령 자는 맥나마라 국방장관(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집권 당시). 범위는 2차 대전 직후부터 파리 회담직전까지.
한마디로 이 문서 속의 충격적인 사실은 월남전이 미국 자신의 시나리오에 의해서 집행되었다는 점일 것 같다. 우선 그것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논거는 통킹 만 사태이다. 이제까지 미국은 이것이 월맹의 전략적인 도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북 폭이나 확 전은 그런 논리 위에서 가능했다.
통킹 만 사태란 64년 8월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구축함이 월맹 앞 바다에서 공격받은 사건을 두고 말한다.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그와 때를 같이 해서 하나의 자위행위로 미국 함대와 비행기의 출동을 명령했었다.
그러나 NYT지가 폭로한 비밀문서는 그보다 6개월 전 이미「작전 계획 34A」가 은밀하게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 비밀 계획은 심리전요원의 월맹투입에서부터 PT보트에 의한 항만 시설의 폭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통킹 만 사태는 6개월 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역력히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는『월남 중립화 배상을 때러 부숴야 한다』는 존슨 대통령의 전문이다. 이것은 파리 평화협상의 명분을 정면에서 뒤엎는 사실이다. 결국은 의회에서 수 없이 열린 비밀 청문회 등은 더 중요한 비밀들과는 외면된 상황아래서 말짱하게 빈말만 주고받은 격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들의 폭로는 바로 미국의 내셔널·프레스티지(국가위신)에 대한 중대 위기를 던져주었다. 백악관은 물론, 조 야가 온통 시끄러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점은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것도 같다. 월남전에 대한 종래의 그 답답하고 꽉 막힌 듯한 미국의 딜레머에 일대 신풍을 불어넣어 주는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백가쟁명」의 혼란한 여론 속에서 에슨스(정수)를 빼내어 기사회생의 활기를 찾는 모티베이션-.
오히려 닉슨 대통령의 내심은 그 묵은 먼지를 활활 털어 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심경일지도 모른다. 의미 있는 허탈을 NYT지는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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