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지하철사고, 시민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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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과연 안심하고 탈 수 있겠는가.

출근길 서울 지하철이 사흘거리로 멈춰서는 사고가 나더니 부산에선 한밤중에 지하철 역사 배전반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악몽이 생생한데 이처럼 잦은 사고가 또 다른 참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의 서울지하철 운행 중단 사고는 보통 일어날 수 있는 고장으로 보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전동차에 전원 공급이 끊겨 발생한 지난달 28일 2호선 봉천역 부근 사고는 사령실과의 통신까지 두절돼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앞차의 운행 중단에 따른 상황을 통보받지 못한 후속 열차가 사고 차량을 2백m 앞두고서야 멈췄다. 40분 동안이나 터널에 갇힌 승객들이 느꼈을 공포감은 짐작할 만하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무선 교신장비로 사령실과 연락이 돼야 하는데 비상 배터리까지 방전돼 손을 쓰지 못했다니 한심하다.

컴퓨터 오작동으로 비상 제어장치가 작동하는 바람에 일어난 어제 아침 5호선 개화산역 부근 전동차 운행 중단사고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사고든지 사전에 징후를 보이게 마련이다. 전력 공급이 중단됐던 전동차는 출발 때부터 실내등이 반쯤 꺼져 어두운 상태에서 운행했다. 평소 차량 정비에 구멍이 뚤렸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해 승무원들의 감각이 무뎠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동차의 컴퓨터 오작동으로 출입문이 열리지 않거나 승강장의 정차 위치를 벗어나는 사례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컴퓨터 오류가 아직까지 왜 방치되고 있는지 답답하다.

지하철은 수도권에서 하루 6백만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대구사건으로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이때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는데도 왜 잦은 사고가 나는가?

비용을 아낀다고 안전을 뒷전에 두는 일은 없는지, 차량정비는 제대로 되는지, 근무자들의 안전의식은 투철한지, 서울시는 시민의 불안을 해소키 위한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