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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세스쿠의 극동행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니콜라이·차우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지난주 1주일간에 걸친 중공방문을 끝마치고 9일 평양으로 떠날 것이라고 외신은 전하고있다. 차우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의 이번 중공·북괴·월맹 방문은 국제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 외교의 예외는 될 수 없으나 현재 루마니아가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위치로 보아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세계적인 뉴스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루마니아는 중공·소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며 독자노선을 지양하고있다. 동구 공산국 중에서는 유고와 더불어 서방측과 접촉을 빈번히 하고 있는 나라이다. 69년 8월에는 닉슨 미국대통령이 루마니아를 방문했고 그 답례형식을 빌어 작년 10월에는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바 있었다.
최근 루마니아가 국제적으로 클로스·업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다름 아닌 미·중공외교의 중재 역을 담당하고 있다는데 있다. 작년 12월18일 모택동과 회견한 바 있는 에드거·스노기자는 지난 4월30일자 라이프 지에서 미·중공 유연 외교의 이면에는 제 삼국이 중재하고 있음을 지적한바있었고, 또 지난 4월 이른바 핑퐁외교의 첫 개시로 중공을 방문한 바 있는 윌프레드·버제트 기자도 작년 가을 닉슨 대통령의 밀사 4명이 중공과의 접촉을 위해 스위스에서 루마니아 외교관과 접촉한 사실이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에드거·스노나 윌프레드·버제트 기자는 다같이 친공 저널리스트로서 지금가지의 행각으로 보아, 다분히 친공적인 기사를 써온 사람들이니 만큼 그들의 발설을 어느 정도로 신빙해야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나 미·중공외교에서의 제 삼국 중재설은 지난4월26일 미국무성 브레이 대변인이 시인한 바도 있어 루마니아가 그에 해당된다는 것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더우기 이번 차우세스쿠 대통령은 미·중공 관계 개선 안을 비롯해서 월남문제 해결안을 가지고 중공을 방문했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차우세스쿠 대통령의 중공·월맹·북괴 방문 후의 미·중공관계는 물론, 월남문제, 미군의 아주 철수문제 등 동부아시아의 주요문제를 둘러싼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차우세스쿠 대통령의 외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결과보다도 미국의 단절된 국가와의 외교관계, 특히 미국의 대공 외교에 있어 막후외교 내지 비밀외교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날카릅게 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달 푸에볼로호 사건 직후 판문점 비밀협상이 시작되기까지는 루마니아의 중재가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이번 차우세스쿠 대통령의 중공·월맹·북괴방문이 한국에 대해도 미칠지 모를 영향을 우리로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변천 무상한 국제정세의 전변에 따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변 외교의 당위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특히 미·중공관계와 월남문제 등을 둘러싼 동부 아시아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우방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여 동부 아시아제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한국과 상호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도록 촉구해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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