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money] 전기차 시대 앞두고 가스에 투자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전기차의 역사는 길다.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은 1834년 최초의 전기차를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내연기관 차(가솔린·디젤 등)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증기차(최초의 자동차)와 더불어 양대 축이었다. 내연기관 자동차 등장 이후 자동차 시장은 증기차·전기차·내연기관차 간 삼파전이 됐다. 삼파전은 결국 내연기관의 승리로 결판났다. 승리의 주역은 포드였다.

 1900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는 생산량에서 꼴찌였다. 1900년 기준 미국 내 증기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는 각각 1681대, 1575대 생산됐다. 가솔린 자동차(내연기관)는 936대였다. 포드가 이를 바꾸었다. 내연기관의 승리 원인은 ‘포디즘’으로 알려진 대량생산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포드는 효율적 분업체제로 내연기관의 백년대계를 열었다. 싸고 많이 만들어진 내연기관차가 쏟아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생산 판도가 내연기관 독주 체제로 바뀌었다. 독주는 2000년대까지 이어진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의 활약으로 기존 업체들도 앞다퉈 전기차 생산에 몰입하고 있다. 전기와 내연기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좀 더 세분화하면 전기·가스·가솔린 간 전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자동차 생산 기업과 부품 관련 기업, 원료(에너지) 관련 기업이다. 가장 안전해 보이는 투자처는 원료 관련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가스다.

 전기차 승리 시 전력 소비량은 급증한다. 이 경우 늘어날 전력 생산은 가스 화력 발전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높아진 환경 규제와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스가 최적이다. 가스차가 성공하면 더 말할 나위 없고 가솔린이 승리해도 가스는 가솔린의 대체재 성격이 있어 괜찮다. 전쟁은 시작됐다.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투자처가 생겼다는 소리다. 승자가 포드든 현대차든 이번에도 진정한 승자는 에너지를 가진 자들이 아닐까 한다. 이번 자동차 그리고 에너지 전쟁의 주역은 가스다. 가스에 투자할 때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