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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사 교과서 오류 수정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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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부가 지난 8월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했던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출판사와 집필진에게 모두 829곳을 수정·보완하라고 엊그제 통보했다. 교과서는 무엇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만 있는 것처럼 서술했거나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교과서는 사실 오류와 누락이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성과를 깎아내리는 한편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 3대 세습은 한 줄도 다루지 않은 교과서는 역사 기술의 균형성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각각 수정·보완되는 게 마땅하다.

 이러한 수정·보완은 교학사라는 우편향 교과서를 두둔하기 위한 것도, 나머지 교과서를 싸잡아 부실한 교과서로 몰고 가려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내년 3월부터 접하게 되는 교과서가 정확하게 쓰여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일 뿐이다. 그런데도 일부 집필진들이 교육부의 수정·보완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온당하지 않다. 한국사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이지 저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선전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을 노예화하는 데 쓰인 주체사상을 두고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서술한 교과서가 버젓이 검정을 통과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 체제 선전용 자료가 교과서에 쓰이고 있는데도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위원회는 합격 도장을 찍어줬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수술해야 한다. 1년6개월도 채 안 되는 교과서 개발 기간을 좀 더 늘리고, 집필 기준 등을 좀 더 세밀하게 둬야 하며, 검정위원의 수와 이들의 전문성을 좀 더 보강해야 한다. 보수·진보의 정파적 대립과 갈등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출판 과정에서 반복돼 소모적인 사회 분열로 확산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