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25』 이런 표 저런 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잠 깨보니 판도 바뀌어>
총선거 결과가 예상과 많이 달라졌고 그만큼 표에 얽힌 얘기가 많다. 겨우 2백50표를 더 얻어 당선된 대전 갑구의 박병배 후보는 몇 개 투표함의 개함 결과 압승으로 예상돼 잠을 잤는데 깨어보니 뒤져있어 개표장에 나가 11차례의 엎치락 뒤치락을 지켜봤지만, 가장 적은 표 차로 이긴 부산진 갑구의 김임식씨는 몇 개 투표함을 개함한 뒤 대세는 신민당 정상구 후보에 기운 것으로 판단,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깨어보니 부산에 최근 편입된 구포지역에서 몰표가 나와 도리어 앞지르게 된 것을 보고 새벽에야 기대를 되찾아 개표장을 지켰다.
김후보·박후보에 이어 4백21표 차로 최근소 표 차, 동「메달」인 전북 장수-무주는 최후보의 고향인 장수쪽 투표함을 개표하고 나면 최후보가 「리드」, 무주쪽을 깨고 나면 길후보 「리드」로 8번이나 선두주자가 뒤바뀌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밖에 1천표 미만의 근소한 표 차로 표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곳은 군산-옥구(당선자 강근호)·여수(김상형)·나주(나석호)·군위-선산(김봉환)·함안-보령(조홍내)구.

<백표 이하는 모두 대중당>
이 가운데 나주는 11차례 엎치락 뒤치락을 했지만, 두 후보의 동창다운 「페어·플레이」로 말썽은 없었고 보성의 경우는 처음부터 자칫하면 심각한 말썽이 일어날 것을 염려해서 선관위원장은 요즘의 공항입구처럼 모든 선거종사원과 참관인에게 봉투를 주어 소지품을 모두 꺼내게 한 뒤 담배와 손수건만 돌려주고 성냥·만년필 등 다른 물건은 개표가 끝날 때까지 선관위원장이 압류했다.
이번 선거엔 원외당인 국민·대중·신사당이 참가 2백53표명의 후보를 냈지만 표의 흐름은 갈수록 1당과 2당에만 쏠려 사실상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당 낙천자 둘만 당선됐을 뿐이다. 이 둘을 합쳐 l만표를 넘게 얻은 사람은 14명뿐이다. 이중에서도 5백표서 1천표를 얻은 사람이 74명이고 5백 표도 못 얻은 사람이 전체의 41·4%인 1백5명이다.
이런 저조한 득표자 중에서도 운동원이나 친척마저도 투표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뒷 얘기를 남긴 최저득표의 금「메달」은 겨우 54표를 얻은 부산중구의 대중당 정판준 후보. 특히 이같은 1백표도 못얻은 감투상감은 임판용(경산), 윤원식(산청), 이동렬(대구 북), 이용업(완주)씨로 모두 대중당인 것이 화제다.
정당법이 요건으로 삼는 지구당별 법정당원수가 1백명이므로 이들은 등록된 자기당원의 표도 못 받은 셈이 된다.
이밖에 2개 이상의 시·군이 합쳐진 지역구 가운데 1개의 시도-군에서 1백표 미만을 받은 사람도 30여명이나 된다.

<7만2천표 얻고도 낙선>
전국 최고득표당선자인 포천-가평-연천구의 오치성 후보의 7만5천61표보다 2천6백24표가 뒤진 7만2천4백37표로 득표순위 5위 이내에 들어가는 동대문 을구의 강상욱 후보(공화)는 낙천자중의 최고득표자.
이 표는 최저득표 당선자인 충북영동의 정구중 후보(공화)가 받은 1만9천2백68표의 3·7배가된다.
오후보가 전국최고득표를 한 것은 3개 군이 합쳐진 대선거구란 것도 있지만, 한 투표함에서 1백%릍 얻는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연천군 왕등면 동죽리는 단일투표구로서 선거인 1백71명중 1백66명이 투표하여 2표가 무효로 된 것 외에는 나머지 1백64표가 모두 오후보에 던져졌다.

<유핵투표율 97·9%>
총 유효투표율은 97·9%로 무효 표가 총 투표자수의 2·1%이다. 이것은 67년 총선 때의 96·8%보다 1·1「포인트」, 지난번 4·27 대통령선거 때의 96%보다 1·9「포인트」 늘어난 것. 그만큼 표를 던지는 유권자의 손길이 훨씬 정확해 졌다.
그러나 무효표 중 어느 난에도 표를 하지 않은 백지투표가 38·5%인 7만6천여명이나 된다. 이것은 4·27 대통령선거 때의 52·6%인 약26만명 보다는 훨씬 줄어든 숫자지만, 투표소에 나가 『내가 지지할 후보는 없다』는 정치불신과 내지는 유아독존형의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는 모양.
또한 붓 뚜껑으로 ○표를 하지 않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넣어 무효 표가 된 것이 무효표 중의 두 번째로 15·7%.
이 가운데는 자기 인장이나 지장을 찍은 것이 많지만, 기발한 낙서도 있다. 낙서중 특기할만한 것은 성동 갑구의 양일동 후보(신민)에게 표를 찍고 나서 『단, 진산 제명 조건』이라고 쓴 것.

<무효표 한표도 없는 곳도>
무효는 아니지만, 또 다른 하나는 목포의 신민당 김경인 후보에 정확하게 기표한 투표지 안에 별도로 『애석하다 강장군아, 목포시민 원망 말고, 이효상이 원망하라』는 「메모」지를 끼워 둔 것.
어느 투표함이나 무효 표가 있는데 이번 선거에선 처음으로 단 한표의 무효 표도 나오지 않은 곳이 있다.
이 지역도 역시 최고득표자를 낸 연천군 전곡면 6투표구의 2백89표.
이번 선거에선 예비역 장성이 많이 나와 22명이 당선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별들 중 박충훈 후보 등 공군의 별, 강기천 공정식 후보 두 해병의 별은 모두 낙선했다. <신용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