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페라」계서 격찬받은 흑인들만의 『블랙·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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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시시피주 잭슨극장서 공연>
「오페라」 『아이다』라면 세계 3대 「오페라」작곡가 중의 한사람인 「베르디」의 대표작. 이 「오페라」는 작품자체가 어려운데다가 규모가 방대하여 한번 공연하려면 오랫동안의 준비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통례처럼 되어 있다. 특히 『아이다』가 숙련된 「오페라」 가수들에 의해 공연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립극장에서 공연된 『아이다』는 이러한 통례를 완전히 깨뜨리고 크게 성공하여 미국악단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소개했다. 이번 공연의 성공이 특별히 화제가 된 것은 출연자 모두가 무명의 흑인 대학생이라는데 있다고. 그래서 『블랙·아이다』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이번 『아이다』공연은 작년 말 창설된 「오페라·사우드」라는 단체에 의해 기획되었는데 자금난 등으로 저명 「오페라」가수 유치에 실패, 실험적으로 학생들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것. 『아이다』의 무대가 고대 「이집트」였고 주요등장인물들이 흑인노예여서 대학생들 가운데서도 거의 흑인대학생들을 기용한 것이다.
첫 공연은 지난 5월7일-.
「잭슨」시립극장은 1천4백여명의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오페라」계의 많은 전문가들도 이들의 진지한 공연을 눈여겨봤다.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죽어가면서 『죽음의 2중창』(-우리는 자유로우리, 영원히 자유로우리.)을 부를 때 막이 내려지자 쥐죽은듯 고요하던 장내는 순간적으로 환호에 휩싸였다. 거의 모든 관객이 그 「리얼」한 연기에 취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동안 박수를 쳤다.
어떤 평론가는 『가장 잘된 「아이다」였다』고 극찬하고 『특히 합창은 「메트러폴리턴」 「오페라」의 합창에서도 들을 수 없었을 만큼 우수했다』고 말했다.
「잭슨」시의 주립대학 「투갈루」대학, 그리고 「유티카」대학생들로 구성된 「오페라」 『아이다』의 출연 「멤버」들도 그들의 공연이 그처럼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불과 두어달 정도의 영어「텍스트」와 악보습득, 서너주일 동안의 무대연습, 그리고 개막 하루전의 「드레스·리허설」이 전부이고 보면 성공하리라는 기대를 전혀 갖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 공연은 개막 직전까지도 「오키스트러」에 대한 사례금 2천「달러」가 마련되지 않아 공연을 못하게 되는게 아닌가하는 회의까지 생김으로써 출연자들이 심적인 부담까지 곁들였었다. 다행히 2천「달러」 문제는 「잭슨」시 유지들이 긴급 모금만찬회를 열어 해소되었지만.
여하튼 공연은 날이 갈수록 관객이 늘어 며칠 후에는 「뉴요크」 등지에서까지 관객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루었다. 따라서 「솔리스트」들은 전문가들의 평까지 얻게 되었는데-. 전문적인 평들을 종합하면 「아이다」역의 「에머·골드먼」은 미묘하고 극히 부드러운 「톤」으로 거의 완벽한 솜씨를 보였으며 「라다메스」역의 「멜빈·월리스」는 선천적인 서정적 「테너」로서의 재질을 충분히 과시했다는 것. 어쨌든 무명의 신인들이 해낸 「오페라」 『아이다』공연은 지금 미국악단을 크게 뒤흔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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