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무모·빈모증 치료엔 옮겨심는게 가장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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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피부병이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떠올리기 쉽다. 그렇지만 삶의 질과 상관된 피부병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더구나 대인기피증을 낳는 경우라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만하다. 치부의 빈모증과 무모증 환자들이 그러하다.

건강 또는 성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사회 편견 때문에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춘기 이후 대중탕이나 찜질방을 가지 못하거나, 결혼까지 기피하게 된다.

심한 경우 '재수가 없어 사업이 안된다''성적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하기까지 한다. 무모 또는 빈모증은 몽골계에 많아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일본 여성의 경우 10명 중 1.2명 꼴로 발생한다. 3백만명 가까운 여성이 심적인 부담을 안고 사는 것이다.

유전적 성향도 강하다. 지난해 병원을 찾은 무모증 환자의 49%가 가족력이 있었다. 무모증인 어머니나 자매를 둔 여성의 반수가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무모증은 이렇게 유전적 원인 외에도 남성호르몬 부족, 갑상선 질환, 위염.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생긴다.

문제는 무모증이나 빈모증을 치료한다며 발모제를 비롯한 기타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다. 효과가 없을 뿐더러 자극성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 없던 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는다.

치료는 남성 대머리가 그렇듯 간단하지 않다. 14세 이전 소녀라면 바르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자가(自家)모발이식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이식하는 것으로 남성 대머리 치료를 여성에게 적용하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모양과 관리다. 이식할 모발은 탈모가 가장 적은 뒷머리에서 채취한다. 한 가닥씩 나눠 모근째 옮겨 심는데, 평균 8백~1천 가닥을 이식한다. 수술시간은 2~3시간 정도.

수술 성공 여부는 이식할 모발을 채취할 때의 저온처리와 신속한 시술에 달려 있다. 또 방사상으로 누워있는 음모의 방향과 모발의 밀도를 고려해야 자연스러움이 살아난다.

옮겨 심은 머리카락은 일단 빠지고, 3개월 후부터 새롭게 자라난다. 겨울 잠을 잔 후 새싹이 돋아나는 과정과 같다. 따라서 수술 후 3일 동안은 지나친 활동을 자제하고, 이식한 모발이 자리잡는 한 달 동안 수술부위를 긁거나 강하게 마찰하는 운동은 주의해야 한다.

이론대로라면 이식한 털은 머리카락처럼 자라 주기적으로 잘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음모의 경우엔 모발이 속옷에 눌리면서 점차 곱슬하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성인 강남테마피부과 원장(www.beautysk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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