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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고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일요일의 식사시간.
그 틈에서도 꼬마들의 치열한 (?) 영양 섭취 쟁탈전이 벌어졌다. 원인은 생선 졸임 그릇에서 젓가락의 대결이었는데 원래가 갈비씨인 작은 아이「훈」이가 하는 말이 『누나는 지금 대로 날씬해. 그러니까 나 혼자 먹고서 운동 선수가 될래』한다. 어린 생각엔 생선 한 토막이 굉장한 활력제라고 믿었던가 보다.
보시다못한 아빠는 『선수가 되려면 이것을 먹어야 튼튼해져』 하시면서 된장찌개 그릇에 수저를 담근시고 말씀하신다. 『콩으로 만든 이 된장은 쇠고기와 같이 영양이 많단다. 그래서 콩을 밭에서 얻는 쇠고기라고 한단다』하셨다.
나 자신 생선과 콩의 영양 분석에 자신이 없다. 하지만 콩에는 필수 영양중의 하나인 흰자질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우리 처지에 어떤 이는 장 담고 김장하는 일은 가난한 사람의 일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얼마나 풍부한 수입가면 그럴까, 하고 부럽다기 보다 의심이 갔다. 뭐니뭐니해도 우리에게 그 두가지 없이는 찬 마련이 힘들 것은 사실이다.
사철을 두고 밥상에 바글바글 끓는 된장 뚝배기를 따끈하게 올린다면 한결 밥맛이 날 것이며 콩밥 또한 구수하게 구미를 당길 것이다.
어쨌든 어린이들이 이렇게 자기 몸을 가꿀 줄 알고 영양을 취하려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수원시 서둔등 246> 김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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