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변소의 합리화|주택 설계를 위한 「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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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래식 우리들 주택에선 욕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변소는 가장 불결한 곳으로 취급되어 집과는 거리가 먼 곳에 두었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나 비오는 날엔 세수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또 잠자리에 들 땐 반드시 요강이라는 이동 변기를 머리맡에 두고 자야만 했다. 목욕한다는 것이 단순히 몸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보다 피로 회복의 수단으로 쓰여지고 배설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 보려는 현대인에겐 주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한된 조건에 이런 시실을 갖추자니 면적의 분배도 그리 시원스럽게 못잡고 위치도 기능적인 곳으로 찾다보니 전망과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욕실 하면 으례 「타일」과 같은 딱딱한 벽으로 둘러싸인 햇빛도 전망도 통풍도 없는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개천가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던 즐거움은 산골에서나 찾아볼까 도회지에선 상상도 못하게 되고 「세잔」의 그림이나 보면서 눈요기나 할 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소박한 즐거움은 좀 여유있는 대지와 건필이면 적당한 「프라이버시」를 가지면서 가능한 방법도 있겠다. 그렇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창가에 화단을 만든다든가 아니면 화분을 들여놓는 방법으로 이런 요구를 총족시켜야겠다.
사실 기능적으로 본다면 이들의 위치는 불가를 침실에 가까와야하며 경제적인 이유를 곁들여 욕실과 변소가 한 곳에 있어야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좁은 면적을 여유있게 쓰려면 꼭 욕실과 변소를 칸막이해야할 필요도 없다.
더욱 수건이나 가운을 걸어둘 수 있는 받침을 함께 만들어 두어야함은 물론이요, 새 옷으로 갈아입을 탈의장이 있으면 더욱 합리적이다.
사실 욕실은 주택에선 물을 제일 많이 쓰는 곳이기 때문에 급배수와 방수의 처리가 불가피하며 바닥이나 벽이 「타일」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딱딱한 재료들로 만들어지나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될 이유도 없다. 특히 습기와 냄새의 처리도 고려하여 문을 열지 앉고도 환기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특히 세탁장을 따로 만들지 못한 대부분의 서민 주택에선 욕실이 유일한 빨래터로 쓰임도 고려하여야 한다.
욕조는 도기제 「바드텁」으로 하면 좋겠으나 그런 여유가 없어서 「콘크리트」에 「타일」이나 인주 석 갈아내기로 끝내기 할 때는 욕조 주위에 반드시 두 세치의 공간을 만들어 단열 할 수 있게 하여야하며 물도 적게 들어가게 구조를 처리하여야 한다.
그러면 몇가지 그 실례를 들기로 한다.

<▲변소 세면소에 인접된 욕실>
급수 배수 시설의 공동 이용이라는 불가피한 사정과 욕실에 대한 우리의 고정 관념 때문에 상당히 환영받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세면소가 탈의실을 겸한다는 좋은 잇점도 가지고 있으나 면적을 크게 잡아야되는 단점도 따르게 된다. (그림 ① 참조)

<▲세면소 변소가 한곳에 있는 욕실>
급수 배수가 용이할 뿐 아니라 작은 면적으로 처리되고 실내 마감이 쉽게 통일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그러나 작은 면적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보다 공간의 합리적인 이용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수건이나 화장품과 같은 보관하는 공간을 적절히 설치하여야 한다. (그림 ② ③참조)

<▲세탁장을 겸한 세면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서민 주택에선 욕실이 유일한 세탁장이 되고 또 세탁기의 보급을 생각한다면 이 세탁기도 욕실에 설치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욕실의 습기와 열기로 인해서 기계가 쉽게 고장날 우려가 있으므로 세면소 가마로 마련된 곳이라면 여기에 세탁기를 함께 두면 좋다.

<▲탈의실과 인접된 욕실>
서양 사람들처럼 각기의 침실에서 직접 욕실에 들어갈수 있게 된다면 침실을 탈의실로 대용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우리의 경우에는 탈의실이 몹시 아쉽다. 그러므로 여유가 있으면 단순히 탈의실로만 생각지 말고 옷이나 기타의 수납 공간을 겸할 수 있는 골방으로 생각하고 써도 편리하다. <그림 ④>

<▲「코어·시스팀」>
주택 중앙에 설비의 핵심인 변소·욕실·세면장·부엌을 한곳에 집약시켜 설치하여 비용을 절약하고 주부의 동선을 줄일 수 있는 주택의 새로운 형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완벽한 기계적인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결점도 있으나 소 주택에서 이용하기에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라 하겠다.
조창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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