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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마진 쏙 뺀 농산물 직매장 연내 30곳 더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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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전북 완주군에 지난해 4월 문을 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내부 모습. 이 직매장은 올해 1~7월 64억2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완주=프리랜서 김성태]

전북 완주군에 있는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선 올해 1~7월 64억2200만원어치의 농산물이 팔렸다. 이 직매장에 물건을 대는 농가가 315곳이니, 농가 한 곳당 이 기간 평균 204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직매장의 월간 매출은 지난 7월 10억23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곳이 문을 연 지난해 4월(1억7900만원)보다 5배 넘게 올랐다.

 이 직매장에 가입한 완주 지역 농가는 저마다 자신이 재배한 작물을 직접 포장·운송하고 가격까지 스스로 결정해 물건을 내놓는다. 용진농협은 판매·정산·홍보·매장 운영을 대행하고 판매액의 10~13%를 수수료로 챙긴다. 가입 농가는 스마트폰 앱으로 스스로 직매장의 재고를 실시간 확인하고, 신선한 농산물 공급을 위해 당일 재고는 회수해야 한다. 용진농협은 매주 월요일마다 판매금을 정산해 농가에 지급한다. 유통업체 한두 곳이 일괄적으로 작물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파는 일반적인 직거래와 다른 형태다. 농민이 생산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도 일부 참여해 소비자와 가까워지면 작물 관리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품질도 좋아지면서 소비자 선호도까지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일본에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활성화된 덕에 지금은 이 같은 직매장이 흔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 농가에선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동안 정부와 농협이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직거래장터, 신토불이 운동 등 크고 작은 정책 사업을 벌였는데도 크게 바뀐 게 없었다는 체념과 비관론이 농가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직매장이 처음 문을 열 때는 3개 농가만 참여했다. 이후 이 직매장 야채의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중진 용진농협 상무는 “직매장을 운영하면서 농민과 농협 직원들 사이에서 농산물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생겼다”며 “그 결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돈벌이가 된다는 게 확인되면서 ‘나도 물건을 공급하겠다’며 농협에 관련 교육을 신청한 농가는 현재 500곳이 넘는다. 덕분에 이곳 직매장은 7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2013 농산물 직거래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았다.

 aT는 용진농협 직매장과 같은 형태의 농산물 직거래 매장(현재 10곳)을 연말까지 전국에 4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2016년까지는 100곳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특히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도시지역에도 직매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직거래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서울 등 대도시 소비자들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aT의 직매장 확대 사업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후 관리에도 같은 수준의 노력을 들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소비자단체와 함께 품질과 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직매장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직매장 홍보도 aT의 중점 추진 과제다. 이달 31일~11월 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농산물 직거래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aT는 농산물 직거래의 개념과 유형,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것 등을 알리기로 했다. 윤동진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농산물 직거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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