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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차이나 사태가 국유기업 개혁 불러오나

중앙일보

입력

류성쥔(劉勝軍)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루자쭈이 국제금융연구원 집행부원장

9월초부터 페트로차이나(中石油·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의 고위 인사가 잇달아 비위혐의로 낙마했다. “‘호랑이’와 ‘파리’ 모두 잡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날 선 반부패 의지가 대표적인 국유기업의 수뇌부를 정조준 한 것이다. 2003년 설립돼 중국의 국유자산을 총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의 장제민 주임을 낙마시킨 이번 페트로차이나 사건의 막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의 경제관련 칼럼니스트로 필명을 날리고 있는 류성쥔(劉勝軍)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루자쭈이 국제금융연구원 집행부원장이 파이낸셜타임스 중문판에 기고한 글을 번역 소개한다.

보시라이(薄熙來) 재판은 잇단 페트로차이나 고위직 낙마로 이어졌다.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이하 국자위) 주임이자 페트로차이나 전 동사장 장제민(蔣潔敏), 중앙후보위원 겸 페트로차이나 부총경리 왕융춘(王永春), 리화린(李華林) 페트로차이나부총경리 및 란신취안(?新權) 창칭(長慶)유전지사 사장, 왕다오푸(王道富)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 총지질사 겸 탐사개발연구원장이 잇달아 낙마했다. 지난해부터 소문은 흘러나왔지만 화산이 폭발하자 폭발력은 예상을 넘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깔린 권력투쟁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국유기업개혁 문제다. 반드시 염두해 둘 점은 곧 개최될 중국공산당 18차 3중전회(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개혁 의제 가운데 가장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점이다.
페트로차이나 사건을 되짚어 볼 때 우선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앙치(央企·중앙국유기업)의 부패사범이 이들 다섯 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문제가 페트로차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페트로차이나만 놓고 보아도 천둥하이(陳東海) 전 동사장이 2억 위안(380억원)을 횡령했고 생활의 사치 정도가 하루 평균 4만 위안(720만원)의 공금을 소비했으며 1200만 위안(22억 여원)의 호화 샹들리에가 폭로됐다. 이후 페트로차이나 광둥분사에서 100만 위안(1억8000만원) 어치 마오타이주 구매 영수증이 폭로됐다. 과거 10년 동안 금융앙치, 통신앙치 고위층의 부정부패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침울한 현실에 맞닥트려 만일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문제로 치부한다면 이는 분명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앙치가 빈번히 놀랄만한 뉴스를 터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패는 독점의 쌍둥이 자매다. 석유, 통신, 전력, 담배 등 업종에서 앙치는 분명 독점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점은 가장 포악한 비즈니스 모델이자 앙치 고이익의 주요 원인이다. 경쟁 압력이 사라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기업관리층은 안락에 도취될 수 밖에 없다. 한 외자펀드 대표는 “세계 주요 석유기업을 방문해 봤지만 페트로차이나 본부의 사치에는 말문이 막혔다”고 말한다.

둘째, 내부인 통제다. 앙치는 명의상 전인민의 소유다. 하지만 인민은 주주의 권한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 국자위가 권한을 위임받아 앙치의 주식을 관리한다. 하지만 국자위는 인격화된 주주가 아니다. 국자위 관리가 자기 재산과 같은 심정으로 국유자산을 관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주가 사라지고 국유기업에 심각한 내부인 통제를 불러온다. 이는 20세기 80~90년대 학계에서 이미 형성된 컨센서스다. 이는 90년대 후반 앙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기초를 이뤘다. 일단 내부인 통제가 이뤄지면 높은 복지, 지나친 공금 소비, 자산 유출, 난투자 국면을 초래한다. 앙치는 전국 노동자 수의 8%를 차지한다. 하지만 임금과 복지 비율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주주인 ‘전국민’은 주주 권익을 향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 손해만 입는 셈이다. 앙치 독점의 청구서로 높은 휘발유값, 전기료, 통신비를 감내해야 한다.

셋째, 정치와 기업의 미분리다. 기업 관리는 일종의 직업이다. 상당한 기술과 능력, 경험, 심지어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기업관리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다. 기업가/창업자와 직업CEO다. 단, 현행 앙치체제 아래에서 앙치 고위관리는 ‘행정급별’로 당 조직부에서 임명하고 면직시킨다. 본질적으로 ‘기업에서 근무하는 관원’이다. 우수한 관원이 반드시 우수한 관리자인 것은 아니다. 양자가 요구하는 기능과 풍모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장제민은 일찌기 “살아서 정치국(중국공산당 최고 권력 협의기구)에 들어가고, 죽어서 바바오산(八寶山·중국 고위 관료들의 묘지)에 묻혀야 한다”고 말했다도 한다. 행정권력이 앙치의 인사를 주도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식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일단 앙치 고위관리가 이런 생각을 밝힌 이상 기업이 가치를 창조하는 대신 기업을 자기의 부패와 승진의 사다리로 악용하기 쉽다. 이런 체제 아래에서 소수의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은 도리어 체제와 조화를 이룰 수 없어 재난을 맞게된다. 훙다(紅塔)집단의 추스젠(?時健), 젠리바오(健力寶)의 리징웨이(李經緯)는 모두 비극적인 영웅이었다.

우징롄(吳敬璉) 교수는 회상해 말하기를 “대략 1998년부터 권귀(權貴·권력과 자본의 유착)자본주의 문제를 언급했다. 시장경제의 본질적인 특징
은 자유롭고 자주적인 교환이다. 만일 상급에서 시종 행정력을 동원해 통제하고, 강력한 정부가 경제자원의 배분을 주도한다면, 이는 시장경제라고 할 수 없다. 내가 권귀자본주의라고 말하는 이유다.” 최근 현실 상황에서 볼 때 앙치는 이미 권귀자본주의의 온상이 되었다. 반드시 경계해야 할 바다.이러한 현실에서 출발해 국유기업의 다음 발걸음은 반드시 핵심을 찌르는 개혁의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선 해야 할 일은 바로 행정 독점의 타파다. 앙치와 민영기업의 공평한 경쟁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제도 공간을 열 것이다. 이는 국유기업 개혁의 돌파구다. 일단 국영기업 독점 영역으로 민영기업의 진입을 허락해야 한다. 이는 효율적인 개선과 진보를 이뤄 창신을 자극할 것이다. 중국 총리 리커창(李克强) 취임 후 민영 은행을 허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상층에서 행정 독점을 타파하겠다는 결심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국영기업을 경쟁 영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일찍이 1946년 룽더성(榮德生)은 국민정부에 편지를 보내 이렇게 말했다. “만일 국가경제를 논할 때, 통치자의 부는 사해에 있으니 단지 정권을 장악하기만 하면, 인민이 편안하게 지내고, 직업을 즐기며, 민생을 넉넉하고 세금이 충분하게 된다. …… 백성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나라가 (직접) 경영하지 않아도 나라의 쓰임을 충족시킬 수 있다. 백성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은 모두 나라가 경영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이는 나라와 백성이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니 헛되이 낭비만 늘일 뿐이다.” 국영기업이 경쟁 영역으로 들어가면 ‘민간과 이익을 다툴 뿐이다.’

1997년 중국공산당 15차 당대회에서 국유경제 분포의 전략적 조정을 진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국유기업을 경쟁 업종에서 퇴출시킬 것을 지적했다. 유감스러운 일은 최근 들어 반대로 ‘국진민퇴(국유기업의 비중 확대와 민영기업의 퇴보)’ 현상이 출현했다. 국영기업이 빈번히 부동산 등 경쟁 영역에 진출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분명히 ‘최고위급 설계’를 만들었다. 명확히 ‘비경쟁성영역(네거티브 관리 방법을 채택)’에 남게 하고 나머지 영역에서 국영기업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퇴출하지 않으면 반드시 징벌을 가해 정책의 권위와 엄격함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정치와 기업의 분리다. ‘당이 간부를 관리한다(黨管干部)’는 원칙은 국영기업 영역에도 적용된다. 이는 논리적인 잘못이다. 국영기업의 고관은 간부가 아니다. 기업가/경영자다. 중앙결의를 되돌아 보면 정치와 기업의 분리는 시종 명확한 요구였다. 단 실천 중 ‘당관간부’는 정치와 기업 분리에서 유명무실해진다. 이 개혁은 어려움이 크다. 단 가장 근본적인 의미를 지닌다.

2003년 중국공산당 16차 3중전회에서 통과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시장경제체제 완성에 관한 약간의 문제에 대한 결정’에서 “독점 업종에 대해 시장의 진입을 풀고, 경쟁 기제를 도입한다. 통신, 전력, 민항 등 업정의 개혁 재편을 계속 추진한다. 철도, 우편, 도시 공용사업 등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고, 정치와 기업의 분리, 정치와 자본의 분리, 정치와 사무의 분리를 실행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회고해보면 이 결의의 요구사항은 실천되지 못했다. 그 원인은 하나, 앙치 독점 이익이 개혁압력을 크게 줄였고, 계속적인 개혁 동력이 부족했다. 둘, 앙치가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해 조화사회, 창신사회 건설의 악성 종양으로 변화했다.

18대 3중전회에서 국유기업 개혁을 어떻게 심화시킬 것인가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심지어 어떤 이는 ‘국유기업은 효율과 영향력의 대명사’라며 국유기업 개혁의 핑계를 늘어놓고 있다. 중국은 반드시 각성해야 한다. 국유기업 개혁, 부패, 창신, 공평경쟁은 중국경제 업그레이드의 필요조건이다. 천칭타이(陳淸泰) 선생이 말한바와 같이 “소유제는 중국에서 민감한 문제다. 진일보할 때마다 한바탕 쟁론을 불러왔다. 이전 소유제 개혁의 보너스는 이미 다했다. 국진민퇴 쟁론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민영기업 발전은 일정 정도에서 미망으로 여겨졌다. 안전감을 상실하고 이민과 재산 전이 규모가 나날이 커졌다. 많은 국유기업이 정부에 대해 과다한 간여가 어찌할바 없다고 실감했다. 기업 본위로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만일 국영기업 개혁이 한바탕 맹공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페트로차이나 사건은 중요한 신호다. 새로운 지도층이 18차 3중전회에서 개혁의 창구를 잡고자 한다면 국유기업 개혁에서 관념과 체제상의 돌파를 실현해야 한다. 앙치체제의 비극은 페트로차이나에서 그치게 해야 한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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