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 대만의 성공적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의 전자 공업 육성 시책이 얼마나 많은 모순을 안고 있고 따라서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수정돼야 할 것인가를 보다 분명히 알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예를 조사,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의 초기 개발 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법하지만 우리 나라와는 모든 면에서 워낙 거리가 머니까 실감이 안날게고 따라서 제반 여건이 우리와 비슷한 대만의 경우를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의 전자 공업은 우리 나라보다 3년 이상 5년이 앞서있다.
그리고 지금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멀지 않아 섬유 공업을 앞질러 제1위의 수출 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러한 대만 전자 공업의 발전 정도를 지난 69년도 통계에 의해 우리 나라의 현황과 비교해보면 우선 전체 전자 공업체 수는 1백50개로 우리 (당시 1백50개)와 별 차이가 없으나 이중 외국인 투자 업체 (합작 포함)가 67개로 우리의 3배가 넘는다. 이는 그만큼 대만이 외국 투자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증거다.
다음에 그 당연한 결과로 투자액도 우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총 투자액이 1억4천7백만불로 한국의 6배, 그중 외국인 투자액이 1억1천7백만불로 5배가 넘는다. 내국인 투자액이 3천만불이나 되는 것은 화교들의 모국 투자액이 여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업체 수에 비해 투자액의 격차가 한층 더 심한 것은 그만큼 기업 규모가 대단위화 돼 있다는 증거이며 우리 나라 전자 공업체의 영세성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한편 수출 실적은 지난 69년에 1억1천3백만불을 기록, 같은 해의 우리 나라 수출액 4천1백90만불의 약 3배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1억5천만불 이상으로 증가,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만의 전자 제품 수출 실적은 64년까지만해도 1백90만불에 불과했었다. 이는 96만2천불이 없던 우리와 규모 면에서 대단한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이 66년에 1천3백10만불, 68년6천9백90만불로 해를 거듭하면서 엄청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 공업 발전 정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라디오·TV등 주요 민생용 전자 제품의 보급 상황에도 엄청난 격차가 있다. 대만의 TV 보급율은 69년 말 현재 인구 1백명 당 1·7대 꼴로서 우리 나라의 2배 이상, 라디오는 27·7대로 3배 이상이다.
대만의 전자 공업이 이렇듯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 덕분이다.
우리 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고 부존 자원마저 부족하여 값싸고 풍부한 인적 자원밖에 없는 대만은 일찌기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수출 산업 개발에 착안, 정부가 유리한 투자 환경 조성에 힘쓰기 시작했으며 특히 전자 공업에 대해서는 가장 유망한 수출 산업이라고 판단, 그 육성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초기에 정부가 베푼 혜택은 우리 정부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조세 면의 감면 제도와 이익 배당금의 송금 보장, 노사 쟁의의 제한 등 일반적인 혜택을 약속한 것은 물론이고 판매에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즉 외국인 투자 업체에 대해 자유로이 내국인 업체와 경쟁케 한 것이다.
그러다가 외국인 투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수출 기반이 확립된 최근에 와서 약간의 제한을 두기 시작, 수출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인가 기준에 있어서 기존 동종 업체가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있더라도 제품의 일정 비율은 계속 국내 시판을 허용하고 있다. 허용 비율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0%까지이며 TV를 포함한 전자 제품의 시판 허용 비율도 50%이다.
최근에 다시 외국인 투자 업체에 대한 시판 제한을 약간 더 강화할 움직임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난번 조치 이후 외국인 투자 업체들의 수출 저력이 추가 제한을 해도 무방할 만큼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요컨대 대만의 외국인 직·합작 투자 업체에 대한 시판 정책은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 바탕 위에서 수출 능력 배양을 기다려 점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전량 수출을 강요하다가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이의 완화를 고려하는 우리 나라의 그것과는 정반대다. 그것은 전자 공업 육성을 위한 접근 방법부터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소비자 보호 면에서도 대만 정부는 우리와 다르다.
대제 정부는 최근 국내 TV 가격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아직도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에 주목, 국내 TV 가격 인하를 위해 TV 수입을 개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합작 업체의 시판을 제한함으로써 가격 경쟁의 여지를 봉쇄하고 여기에 엄청난 세금까지 부과하여 비싼 값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