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가 본 '슈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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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흔히 소규모 창업자들에게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라”는 전략을 제안한다.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재화와 서비스의 차별성이 무뎌지게 된다. 세계 최대의 소매 체인인 월마트조차 “표준화된 대형시장은 고사 직전”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이럴 때일수록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빅사이즈 구두와 의류를 판매하는 슈자이너의 박진선 대표는 바로 이러한 틈새시장을 잘 공략해 성공을 거둔 강소상인이다. 그는 10년이 넘는 제화회사 근무 경험을 통해 빅사이즈 구두에 대한 절실한 수요를 확인하면서 ‘틈새 고객을 위한’ 창업을 결심했다. 사업 초기에는 홍보의 한계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성실성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 및 의지가 응결된 상혼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제1의 성공 요인이 됐다.

 이제 슈자이너는 ‘고객을 위한’ 구두 매장만은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박 대표의 친화력 높은 고객관리 덕택에 재구매율이 매우 높다. 시간이 날 때 자발적으로 슈자이너 매장의 영업을 돕는 이도 있다. 말하자면 ‘고객에 의한’ 슈자이너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여러 고충과 고민 때문에 3주 동안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게 문을 다시 열기를 응원하는 고객들의 손편지와 체력을 회복하라는 음식 선물에 힘입어 사업에 대한 용기를 회복했다. 이 일화는 명확한 목표 설정(Target)과 저렴하지만 편하고 예쁜 구두를 공급하는 차별화 역량(Origin), 그리고 박 대표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근한 관계 맺기(Relation) 전략이 ‘고객에 의한’ 슈자이너가 ‘고객의’ 슈자이너로 나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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