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유세 안해 신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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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탈당으로 정계를 은퇴한다는 결심까지 고려하겠다던 유진산씨가 당수직만 사퇴하고 당내에 전국구 의원으로 계속 남게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당원들은 그의 총선 후 재기여부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당수직 후퇴만의 수습안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진산의 은퇴를 고집한 것도 뒷날 되살아날지도 모를 불씨를 완전히 꺼버리자는 것인 듯.
특히 탈당이나 전국구 후보 사퇴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자금 운용권 양도나 주류계의 파멸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수습안」 추진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이중재 의원은 『양일동씨마저 진산은 완전히 갔다고 말하더라』면서 『모두가 진산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고-.
김대중씨와의 의견절충을 위해 부의장직 사퇴를 보류한 채 8일 밤을 넘겼던 홍익표씨는 9일 상오 「뉴서울·호텔」모임에서 운영위 부의장직은 물론 총선 후 되살아날 정무회의 부의장직까지 2통의 사퇴서를 썼다.
회담 후 양일동씨의 사퇴서와 그에게 보관돼있던 진산의 사퇴서 및 신민당 전국구 후보 등록접수증을 받으러 간 이철승·이중재씨에게 양씨는 정무회의 부의장직 사퇴를 않겠다고 버티어 또 한 차례 시끄러웠었다는 것.
당수사표, 연영위 세 부의장 사표, 두 정무회의 부의장 사표, 도합 5장의 사표와 전국구 등록접수증 등 신민당이 몽땅 들어있는 듯 싶은 두툼한 봉투를 홍익표씨로부터 받은 김홍일 서리는 9일 하오 중앙당사를 돌아본 다음 상도동과 동교동으로 진산과 김대중씨를 각각 방문했다.
『야당이 당내혼란으로 유세를 못 하고 있어 유감이나 하루 속히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선거전에 나와야 할 텐데…』-.
공천후유 파동으로 신민당이 선거유세에 나서지 못 하고 있는 사이에 강원·경북 등을 누비고 있는 김종필 공학당 부총재는 가는 곳마다 간접적으로 야당의 당내혼란을 상기시킨다.
8일 하오 강원지역 유세도중 평창 모래재 고개에서 우연히 만난 김 부총재와 정일권 상임고문은 부근 숲 속에서 약 10분간 유세 여정을 나누면서도 『야당이 유세를 못 해 신이 나지 않는다』고.
지원유세를 하는 곳마다 김 부총재는 공화당 후보를 특별히 소개하면서 『저도 전국구 공천을 받은 처지라 이분을 찍어주어야 저도 국회에 들어갈 수 있으니 잘 좀 봐주십시오』라고 농담 섞인 지원호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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