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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외국인 밥상만 차려주나 … “개미님, 당황하셨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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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20면

외국인 장세에 개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국인의 매수세가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거꾸로 움직인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23일부터 이날까지 36거래일 연속 주식을 샀다. 모두 12조4398억원어치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있었던 34거래일 연속 매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같은 기간에 개인투자자는 5조4497억원어치, 기관은 5조7612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4조5000억원이 넘는 펀드 환매액을 감안하면 개인은 지난 36거래일 동안 주식시장에서 10조원 넘는 물량을 뺀 것이다.

외국인 최장 순매수로 들뜬 증시, 개인투자자의 선택

줄곧 산 외국인, 냅다 판 개미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이후 30거래일 중 26일 이상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사례는 이번을 빼면 모두 6차례나 된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을 던졌다. 2001년 11월(외국인 1조6000여억원 매수 vs 개인 8000여억원 매도)이나 2003년 7월(외국인 2조여원 매수 vs 개인 1조여원 매도), 2010년 10월(외국인 3조9000여억원 매수 vs 개인 2500여억원 매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각각 40%, 30%, 16%씩 추가 상승했다. 외국인 집중 매수가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되고, 외국인은 주가가 오르면 발을 빼면서 과실을 챙겨 나가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얘기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평가다. “최근 박스권 장세에 익숙한 개인이 2000 언저리에서 부지런히 환매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론 외국인에 싼값에 주식을 대준 셈이 됐다. 매번 외국인 중심 장세에서 그랬듯 이번 역시 개인투자자들이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개인과 외국인의 이런 엇갈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외국인이 더 길게, 더 크게 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세계 시장을 보며 어디에 자산 배분을 할 건가 저울질하는 외국의 기관투자가와 한국 시장에서만 노는 개인투자자는 투자가치 판단 능력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큰 차이는 투자기간이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대부분 큰 경기 흐름을 보고 몇 년 단위의 투자를 각오하고 시장에 들어온다. 1900에 샀다 2000에 팔았다 하며 몇 개월 단위로 움직이는 개미들은 결국 크게 먹을 수 없다.”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 되면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승산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10년 주기설 등장 … “올라탈 때” 중론
외국인 주도의 증시 활황은 당분간 이어질 거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개미에게도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가가 올랐다지만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안팎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전자·은행 대형주의 PER은 7배 수준밖에 안 된다”며 “미국·일본 증시의 PER이 14배 안팎인 걸 감안하면 코스피와 대형주 주가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증권사는 증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연내에 코스피 지수가 2200~2300선을 돌파할 것’이라며 목표치를 올려 잡았다.

이른바 10년 단위로 주가 등락이 반복된다는 ‘10년 주기설’도 증권가를 떠돈다. 요즘 장세가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대형주를 사들이던 2003년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엔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 이후 2007년까지 긴 대세 상승기가 이어졌다. 이 덕분에 2003년 초 50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2000선을 돌파할 때까지 큰 조정을 받지 않았다. 세계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에 자동차·에너지·운송 대형주가 크게 올랐다는 점도 그때와 유사하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상무는 “이렇게 외국인 자금이 몰릴 때는 평균적으로 주가지수가 23% 정도 올랐다. 개인은 주가가 1900선에서 조정받길 기다리겠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만큼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게 낫겠다. 외국인 주도 장세에선 1등주가 집중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우량주에 조기 투자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말했다. 허남권 본부장 역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을 빼면 2007년부터 증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길게 보면 2050은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수 타이밍 분산해 위험 줄여야
문제는 외국인 주도 장세에 취해 증권사들이 내놓는 장밋빛 전망 때문에 개인이 상투를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주가는 부담스럽다기보단 제자리로 돌아온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오르기엔 발목을 잡는 요인이 적지 않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α’ 정도의 수익을 노리고 들어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가계 부문에 주식 살 돈이 그리 많지 않아 상승세가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주식을 산다면 매수 타이밍을 분산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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