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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나라…호주-장일세(국립 중앙도서관 사서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서관 제도를 시찰하고 있는 장일세씨(국립중앙도서관 사서과장) 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공공 도서관 제도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장씨는 동남아 7개국의 도서관 활동을 돌아보고 5월초 귀국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역사가 짧은 나라로서 공공 도서관이 「오스트레일리아」만큼 발달한 나라는 흔치 않다. 국가로서 장식 발족한 것이 1901년이므로 70년의 역사 밖에 안되지만 인구 40만이던 1850년에 이미 공공 도서관을 설치했다는 건은 주목할 일이다.
인구 1천2백만이 넘는 현재는 6개 주 정부에 의해 공공 도서관 설치가 지방 자치단체의 의무적인 사항으로 법제화돼 있고 주마다 특색 있는 지원을 하고있다.
공공 도서관이 국민을 위한 건전한 교육기관으로서, 그리고 여가선용 기관으로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인식되는 사실과, 모든 국민이 어디 살든지 공공 도서관의 봉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당국이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공공 도서관들은 인구 1인당 1책의 장서를 마련, 매년 15% 정도 새로운 자료를 보충하고 있어 항상 새로운 지식을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같이 공공 도서관 활동에 주력하는 것은 국민들이 많은 것을 알게됨으로써 정확한 판단력을 갖게돼, 민주주의의 바탕을 다지게 될 뿐 아니라 이른바 「제2 경제」를 국민들이 실천해 나가는 실력을 갖추게 되고 학술 활동의 촉진과 더불어 문화인으로서의 격동하는 사회정세에 적응하는 자질을 갖출 수 있게 하는데 뜻이 있다.
이른바 발전 도상국가의 특징 가운데는 모든 것이 경제 제일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많은 관계로 경제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예가 많은데 그런 사업의 하나가 도서관에 대한 투자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에는 인구 1백만의 서부 주에서 1년 간 공공 도서관에 투자하는 돈은 무려 4억 원에 달하는데 이것은 1인당 4백 원 꼴이며 매년 증액되어 5년 안으로 1인당 1천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있는데 주 정부가 공공 도서관 봉사 강화에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알 수 있다.
대학 도서관을 보아도 각 주 정부에서 학술 연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알 수 있는데 학생이 6천명에 불과한 「오스트레일리아」국립 대학의 경우 도서관 예산이 연간 4억 원이며 국립도서관은 연간 예산이 무려 16억 원에 달하고 있다.
한편 도서관 이용 상대를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12책이 읽히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국민으로서 자처하고 있다. 인구 2천∼3천의 작은 마을에 가도 하루 1백∼2백 권의 책이 주민들에 의해 대출되는 것을 보면 책 많이 읽는 국민임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공공 도서관들이 어린이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어느 도서관에나 반드시 「어린이 부」가 마련돼 있고 유치 도서도 주제별로 일정한 내용에 따라 마련돼 있어 항상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이용하도록 돼있다. 이것은 가정교육에 있어서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할 좋은 점이라 하겠다.
도서관 사이의 협력도 잘되고 있다. 이것은 특히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인데 예산이 넉넉잖은 우리 형편에 감수해야할 부족을 도서관 상호협조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잖은가 하는 것이다. 각 도서관이 소장 자료를 협약에 따라 서로 빌려주고 빌어 받음으로써 자료의 이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도서관이 자진해서 협력함으로써 하나의 도서관과 같이 자유롭게 모든 자료를 이용하고있어 학술 연구에 많은 공헌을 하고있다. 우리 나라의 모든 도서관 책임자들은 좀더 「자료의 이용」이라는 점에 대해서 깊은 인식을 가짐으로써 보수적인 자료의 보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활용에 더욱 힘써야 뒤떨어진 학술을 진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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