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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지가 운동의 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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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땅값은 도시 및 그 주변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변동한다. 특히 도시 및 그 주변 땅값은 얼핏 보기에 그 변화의 양상이 천태만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일정한 운동법칙이 있다. 인구가 급격히 도시로 몰리고 이로 인해 도시가 개발·확장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지만 그 주된 흐름에는 「도넛」현상, 「스프롤」화, 한계 지의 발생 및 「리턴」현상 등이 있고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땅값 변동에 일정한 운동법칙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시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그로 인한 택지 수요를 「커버」하기 위해 「스프롤」현상이 나타난다. 「스프롤」(sprawl)은 시가지가 수평적으로 무질서하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하며 자칫하면 그 지역은 이른바 「슬림」화 할 가능성이 많은데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로 교통 사정이 나빠 크게는 경인지구로 「마이크로·스프롤」, 작게는 미아리 이북 쪽으로 「매크로·스프롤」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스프롤」현상을 예방하려면 주택지 예정 지구에는 도로, 상하수도, 공원, 학교 등의 사회간접 자본을 확충한 후에 건축 허가를 해야 하며 또 이미 주택지 화한 지역은 재개발 지구로 지정, 지역 내의 건축물과 생활 환경 시설을 동시에 조성해야한다.
한편 「도넛」현상은 「스프롤」현상을 포함한 도시의 급 「템포」의 팽창,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며 인구 집중이 심한 대 도시의 경우에 흔히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즉 도시가 급팽창할 때는 중심부에서 변두리를 향해 질서 있게 차례로 발전해 가질 않고 중간에 공백 지대를 남겨둔 채 변두리 지역이 앞질러 개발되는 때가 많다.
이를 데면 도심지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도심지역을 에워싸는 「도넛」형의 공백 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급 「템포」의 인구 집중에 따른 주택수요 증가추세에 편승, 도심지에서 근거리 지대의 땅값이 너무 올라버리기 때문에 보다 싼 땅을 찾아 중간 지대를 아예 건너뛰어서 더 변두리 지역으로 나가게 됨으로써 중간 지대보다 변두리가 먼저 개발되는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도넛」현상이 일어날 때는 가장 변두리 지역의 땅값 상승 「템포」가 빠르고 중간 공백 지대는 상승 속도가 둔화하거나 한동안 보합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도시 규모는 단번에 몇 배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고 단계를 밟아 확장되며 그러한 단계마다에서 한계 지에 부닥쳐 이것이 도시의 외곽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통근 거리와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택지에도 일정한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한계 지는 도로 등의 생활상 편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더 이상 확장돼 나갈 수가 없는 한계 지에 다다르면 도시는 일단 팽창을 멈추고 중간 공백 지대가 개발되며 계속해서 도심 지역이 재개발되는 쪽으로 발전 방향이 바뀌어진다.
이렇게 되면 땅값은 한계 지 가격이 보합하고 반대로 한계 지에서 형성된 가격 수준을 바탕으로 중간 지대와 도심 지역이 상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계 지에 부딪치게 되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증간 공백 지역으로 주택지가 옮겨지며 땅값에 따라서는 도심지까지 택지 수요가 되돌아오며 이를 「리턴」(return) 현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밀접한 관련을 맺고 반복되면서 땅값 변동의 일정한 운동법칙을 낳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역시 지금의 규모로까지 확장되는데는 여러 단계를 거쳤다.
즉 지금은 외곽 지대가 15㎞권까지 확장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두리 지역은 미아리·청량리·왕십리·서빙고·흑석동·신촌·홍제동 지역을 잇는 선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①미아리 쪽이 수유동·쌍문동·도봉동 ②청량리 방면이 중랑교를 건너 망우리 너머까지 ③왕십리 방향은 천호동을 거쳐 광주 ④서빙고 쪽이 영동지구를 지나 약생 면까지 ⑤흑석동 쪽이 봉천동·사당동에서 안양으로 ⑥신촌 쪽은 김포 ⑦홍제동 방면은 불광동·갈현동을 지나 훨씬 북상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서울이 되기까지 땅값은 도심지에서 외곽으로, 그리고 외곽에서 다시 도심지로 파급, 상승해 가는 현상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왔다.
특히 서울시가 발전, 통근 거리가 확대되고 주택 수요가 변두리로 집중되자 서울 동남방의 경우는 중간 지대인 중곡동을 넘어 천호동·광주 단지 쪽이 먼저 주택지 화했다.
이런 현상은 서북방에서는 역촌동·홍은동을 두고 불광동·갈현동, 동쪽 북에서는 미아리∼수유리간 중간 지대가 미처 개발되지 않은채 수유동·우이동·쌍문동 그리고 남쪽으로는 동작동 국군묘지 주변을 그냥 두고 사당동 쪽이 먼저 주택지로 개발됨으로 「도넛」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 현상에 한계가 나타나 이른바 한계 지에 도달하자 주택 수요는 「리턴」현상을 보여 중곡동·서초동·홍은동 그리고 역촌동·남가좌동 등 중간 공백 지대로 쏠렸다.
결국 땅값은 서울에서도 「도넛」현상 또는 「스프롤」현상 등으로 변두리 지역에서 먼저 오르고 주택지 한계 지에서 다시 「리턴」, 중간 공백 지대의 땅값을 자극한 후에는 다시 더 먼 변두리 지역, 즉 현재는 광주·창동·원지동·시흥동·오류동 그리고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등으로 확대되어 그 지역 땅값을 자극하는 등 일련의 운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반복운동은 교통 시설의 근대화에 편승, 한계 지가 최후의 경제적 교통 권에 다다를 때까지 수없이 반복될 전망인데 수도권의 경제적 교통 권은 의정부·인천·수원·이천·양평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할 수가 있다.<김두겸·김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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