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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한국인 현장취재…70만 교포 성공과 실패의 자취-미주(10) 안정을 찾은 만5백여 「시카고」교민 <시카고=박석종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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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제2의 도시 「시카고」에는 1만5백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있다. 10년 전엔 불과 5백 명 남짓했다니 10년만에 근 20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들 교민의 교육 수준은 퍽 높아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이고 고졸은 불과 9%.
교포들의 평균 나이가 32세여서 다른 외국인에 비하면 제일 낮은 편. 「토머스·최」옹(72) 같은 고령자도 있긴 하나 2세의 연령이 6세 미만이 가장 많고 국민학생이 1천여 명이나 되는 것이 평균 연령을 이렇게 낮게 한다.
「시카고」대학, 「노드웨스턴」대학, 「로욜라」대학, 「루스벨트」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수가 재「시카고」교포의 10% 정도나 된다. 전공별로는 경제학이 단연 수위로 60%. 이공계·정치학이 다음을 따르고있다.
2세들의 교육문제가 큰 문제이긴 하나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탓인지 한국 아동들이 미국인 학교에서 1, 2등을 하는 예는 드물지 않다. 대체로 한국인 아동들은 영리하고 품행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인 학생들이 흔히 선생들에게 반항적인 경향을 보이는 반면 우리 2세들은 동양적 윤리가 체질화 된 탓인지 고분고분한 편이라고 「시카고」한인 회장 박해달씨(36·대구출신·「힐튼」회사 경영분석과장)는 말한다.
그러나 이곳 2세 한국인들은 우리말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에 작년 8월3일엔 「한글학교」를 창설하기까지 되었다. 이미 69년 5월에 시작된 한국어 「에프·엠」방송은 고국에서 구입된 대중가요 「레코드」를 틀어 주곤 하여 교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기도 한다. 동요 작가 윤석중씨의 딸 윤영선양(이대국문과 졸)이 「아나운서」로 근무하고있다.
한인회는 한국인 의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대대적인 모금 운동을 벌여 한인 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미시건」호수 가에 5층 건물의 한인 회관이 세워지면 한국 식당은 물론 한인 학교도 이 건물에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전체의 경향이긴 하지만 「시카고」엔 지금 실업 율이 증가일로에 있어 구직란이 사회문제로 되고있다. 「닉슨」정부가 들어설 무렵 2% 정도였던 실업 율이 지금은 7, 8%로 올랐다. 그래서 요즘은 어디를 가나 「감원」이란 말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포들의 생활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미국에서 중류층이라고 하면 대개가 대학을 나오고 약3, 4년의 사회생활 경력을 가진 봉급 생활자를 지칭하는데 이들의 연봉은 대개 1만1천 달러(월 약9백10달러)정도. 9백여 달러의 월수입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 집 값, 각종 월부 값을 빼더라도 6백여 달러는 남는다. 이 정도면 생활은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이곳 교포들의 평균 연봉은 9천 「달러」(월7백50달러)로 미국인 중류층만은 못하나 안정 선은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미 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최저 생활 선이 월4백 「달러」이니 이에 비하면 여유 있는 셈.
직업 별로 보면 교포의 약60%가 「텔리비젼」제작 회사 등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보통 박사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의 연봉은 1만5천「달러」여서 유족한 계층에 속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교외에 10만「달러」짜리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
교포들의 직업 중 수입이 좋기로는 기술자·의사·경리직·간호원의 순이다. 한때 「붐」을 이뤘던 「컴퓨터·프로그래머」는 미 우주항공국(NASA)의 기구 축소로 감원된 기술자들이 쏟아져 나와 「프로그래머」들은 구직이 힘든 편이다.
의사의 수입은 경력에 따라 차이가 많으나 평균 연봉은 1만「달러」정도이며 간호원은 9천「달러」남짓하다. 그래서 맞벌이가 보통인 미국에서는 「결혼은 한국 간호원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호원의 인기가 대단하다. 미국 여자들도 남편 수입이 월 1천 「달러」만 넘으면 세금의 누진율로 인해 가정으로 돌아가는 형편이므로, 「여자의 직업」은 남자에 비해 수급이 활발하다.
이곳 교포의 또 다른 특정의 하나는 수효가 1만 명이 넘으면서도 일본인이나 중국인처럼 「저팬·타운」이나 「차이나·타운」같은 것을 형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포들이 대개 여유가 있어 미국인과 1대 1의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집단의 힘」을 기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여기에 대한 한 교포의 변이다.
그래서 미국인 중에는 친한 파가 더러 있다. 미국의 전 「유엔」대사였던 「애들레이·스티븐슨」2세의 아들 「스티븐슨」3세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은 6·25 때 기갑부대 대위로 임진강 전투에 참전했던 사람이기도하다. 「시카고」시의 이민국장 「앨보·필리오드」씨도 한국인의 미국 이민을 돌봐주고 있어 「시카고」에도 점차 「코리언·아메리컨」이 뿌리를 박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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