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어떤 종목 담았는지 알고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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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레이 찬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셨다고요? 그 ETF에 어떤 종목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아시나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3 글로벌 ETF 콘퍼런스 서울’에 참석한 레이 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 사업개발본부장은 이렇게 물었다. SSgA는 1993년 세계 최초로 미국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시킨 자산운용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ETF 운용사다. 찬 본부장은 “의외로 많은 투자자가 본인이 산 ETF에 대해 잘 모른다”며 “기초자산은 무엇인지, 어떤 종목을 포함하고 있는지 등 구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매매가 단순하다는 ETF의 장점은 뒤집으면 투자와 관련된 선택의 기회가 투자자에게 모두 주어진다는 단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회가 투자자에게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주식 혹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주식 중에서도 각종 업종을 하는 ETF, 원자재 ETF 등 정말 다양한 ETF가 존재한다. 미국에 상장된 ETF 종목만 1500여 개에 달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적절히 나눠 투자하는 건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언제 사고팔지도 투자자가 선택한다. 매니저가 종목을 고르고 매도·매수 타이밍도 잡는 펀드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ETF 구조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또 다른 투자의 원칙이 있나.

 “해당 ETF가 기초자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가는지 따져야 한다. 이게 ETF의 품질이다. 같은 기초자산을 추종하더라도 오차가 적은 상품이 좋은 ETF다. 마지막으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비용은 단순히 수수료를 뜻하는 게 아니다. 거래량이 얼마나 많은지, 매매 가격이 얼마나 촘촘히 형성돼 있는지 등을 포함한다. 거래량이 적다면 원하는 가격보다 더 주고 사거나 덜 받고 팔아야 한다. 그것도 비용이다.”

 -올해 4분기,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 어떤 ETF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특정 ETF를 추천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협상 이슈가 불거져 있지 않나. 내년 초엔 양적완화 축소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 특정 자산에 집중하는 건 위험하다.”

 -너무 추상적인 조언인데.

 “최근 미국 ETF 시장의 자금 흐름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채권 중에서도 국채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 대신 각종 주식 관련 ETF로 돈이 들어온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향하는 일명 ‘그레이트로테이션’이 ETF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또 금 ETF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반면 부동산 ETF와 업종 ETF 중에선 금융 쪽에 돈이 들어온다. 채권 중에서는 시니어론 ETF가 인기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변동 금리가 적용되는 시니어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에 자금이 쏠리는 것이다.”

 -본지 3분기 펀드 평가에서 액티브 펀드보다 ETF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펴는 펀드를 보수적인 전략의 ETF가 누른 셈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

 “ETF가 시작된 2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액티브 펀드가 우위에 있던 시기도 있고 반대의 시기도 있다. 특정 기간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ETF와 액티브 펀드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둘을 적절히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 그게 바로 분산 투자다. 특히 ETF는 (펀드에 비해) 매매가 쉬워 투자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는 데 용이하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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