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온리' 40년 고집 버렸더니 … 스타벅스 매출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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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건강음료?캡슐커피 등 신사업에 도전하며 변신을 거듭한 스타벅스가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2011년 4월 방한한 스타벅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의 서울 소공동점 안 식품 진열대 앞에 서서 웃고 있다. [중앙포토]

‘한 명의 고객, 한 잔(one cup)의 음료, 그리고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 커피 하나로 승부해 전 세계 60개국에 1만8000개 매장을 갖게 된 스타벅스의 사훈이다. 그런데 이 문구에 ‘한 접시(one dish)’를 추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타벅스가 베이커리 등 새 사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오는 31일 스타벅스는 2013회계연도 실적(9월 말 결산)을 발표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전문기관이 추정한 올 매출액은 140억 달러(약 14조9000억원)로 지난해보다 11% 이상 늘었다. 순이익은 2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타임스는 스타벅스의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해 “커피라는 핵심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지난 2년 동안 제빵 등 신사업에 7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전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은 물론 기존 진출 국가에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린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업다각화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타벅스 주가는 올 들어 40% 넘게 올랐다. 미국 연방정부 폐쇄와 국가부도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4일 주가는 상장(1992년) 이후 최고치인 78.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콘퍼런스콜(전화 기자회견)에서도 “음료부문 혁신과 식품사업 확대에 계속 주력하겠다”고 했다.

 스타벅스의 변신은 아픈 과거에서 비롯됐다. 스타벅스는 80~9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2000년대 들어 침체에 빠졌다. 활로를 찾지 못하던 스타벅스는 2008년 창업자인 슐츠의 복귀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경쟁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2009년 매출은 6% 가까이 떨어졌다.

 벼랑 끝에 선 슐츠는 스타벅스의 자존심과 같았던 ‘커피 온리’ 정책을 버렸다. 커피에만 몰두하고 다른 식품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 아웃소싱해 진열하던 기존 방침을 버리고 직접 푸드산업에 뛰어들었다.

 슐츠는 2011년 『온워드(Onward)』라는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미래, 전진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획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 나가겠다”며 변신을 예고했다. 음료업체인 ‘에볼루션 프레시’와 제빵회사인 ‘라 블랑제’를 잇따라 인수했고 ‘스타벅스 리프레셔’ ‘케이 컵’이란 자체 식품 브랜드도 만들었다. 40여 년간 지켜온 커피 고집을 꺾고 지난해 말에는 차 브랜드인 ‘티바나’를 사들였다. 슐츠는 자신이 설립한 사모펀드를 통해 요거트 아이스크림 업체인 ‘핑크베리’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타임은 “사업다각화라는 스타벅스의 도전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식품들의 인기가 미지근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아직 자리잡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커피 외 다른 식품산업 투자는 “스타벅스에 여전히 위험한 도박(risky bet)”이라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계 커피 도소매 시장만 봐도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2012년 기준 1.6%로 미미하다. 몇 년째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을 넘어 거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다시 침체에 빠져들지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시작”이라는 슐츠의 말이 어찌 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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