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 후보 대전·전주 서 세 번째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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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공화당 후보와 김대중 신민당 후보는 17일 하오 영남과 호남에서 세 번째 유세 대결을 가졌다. 종반에 접어든 대도시 유세를 통해 박 후보는 안보와 안정을 통일문제에 연결 지어 지지를 호소했으며 김 후보는 장기집권을 배격하는 올바른 선거로 민주역량을 과시하자고 역설했다. 박 후보의 대구 (인구96만) 유세에는 청중이 수성천 변의 4만여 평을 메웠으며 전주 (인구24만) 에는 6천 평의 전주고교 운동장을 메우고 약만 명이 넘쳤다. 김 후보의 청주 유세에도 청중은 3천 평을 메웠다.

<76년쯤에 통일 주도|박 후보 신의주 고속 합작 제의 가능>
【대전=이억순·성병욱 기자】박정희 후보는『평화통일 문제가 76년께는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저녁 대구 관광 호텔 서 기자들과의 기자 회견과 17일 하오 수성천 변 연설에서 박 후보는 『이 때가 되면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의 제한을 완화할 수 있으며 북괴에 신의주까지 경부 고속도로를 합작 투자로 연장하자고 제의할 수 있고 금강산을 공동 개발하자는 등 평화통일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그 시기를 76년께로 잡는 이유로 『평화통일은 우리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합한 국력이 북괴보다 월등히 우월해야 주도될 수 있는 것이며 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76년이 되면 우리의 국력이 북괴를 월등히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이 때가 되면 국방 부문에 우리의 예산만으로 8억「달러」를 투입할 수 있어 자주국방의 기틀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회견 및 연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때도 당파 싸움하느라고 전쟁 준비를 하지 못해 3천리 강산이 쑥대밭이 됐다.
정치인들이 국가안보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을 주장할 때 당파 싸움하느라고 반대만 했기 때문에 4년 후 참화를 입은 것이다.
현재 야당의 공약은 임진왜란 때 국가안보 문제에 관해 판단을 그르쳤던 당리당략만을 생각했던 것과 꼭 같다.
그 당시도 설마설마 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며 6·25 때도 육군 정보국은 남침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설마설마 하다가 남침을 당한 것이다.
오늘날 야당이 설마설마 하다가 나라를 망치는 결과를 당할지 모른다.
70년대 전반기의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려면 부강한 나라가 돼야한다.
1, 2차 경제개발계획 기간 중 통계에 의하면 우리는 1백20개 나라 중 경제 성장 율이 3위, 수출 신장 율은 1위로 개발도상국가 중「우등생」이라는 결론이다.
이 결과를 어떤 사람은 기적이라 하나 기적이 아니고 지난 10년 간 어려움을 참고 노력한 대가로 본다. 이 기간 중 가장 수고한 노동자·농민 등 저소득층 국민들의 노력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했지만 3차 5개년 계획은 대가를 골고루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복종이 안정 아니다|김 후보 내정 개혁으로 참된 반공>
【청주·조치원·전주=조남조·신용우 기자】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는 17일 청주·조치원·전주 세 곳에서 유세, 『장기집권과 국민의 획일적인 복종이 정치적 안정은 아니며 한사람의장기지배가 아닌 한 제도의 장기적 지속이 진정한 안정이고, 이는 국민의 자유로운 협력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된 반공은 민주적 내정개혁을 통해 국민의 불만과 빈곤을 제거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집권하면 초·중·고교 교사의 지위와 진급을 일반 공무원에 우선케 하고 대우 개선에 있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그는 또 『대학 교수의 명예와 연구활동을 보장하고 국가의 지원·산학협동체 구현 등으로 경제적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정치성이나 정실에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의 박정희 후보는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박 후보는 그의 10년 치적을 비판받고 새로운 임기를 요청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사소한 기공식이나 낙성식에는 참석해도 몇 개 도청소재지 외에는 국민 앞에 유세조차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밖의 연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공화당의 총통제 음모는 공화당의 변명과 같이 야당의 모함이 아니라 지난 3선 개헌 때 이미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박씨를 대통령으로 하자는 개헌안이 대두되었다가 정세가 익지 않아서 일단 중지했던 것이다.
지금도 이 안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번 공화당 국회의장 공천이 이른바 김종필 씨 계를 전부 제거하고 친위 세력으로 일색 화시킨 것이 그 목적 때문이며 지금 모국에 연구요원이 나가 총통제를 연구하고있다.
박 후보는 통일과 국제관계에 있어 평화 기피 적이며 전쟁 지향적이고 폐쇄·고립적인데 반하여 나는 적극적 평화 지향적이고 발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정부패의 일소는 일조일석에 불가능하며 이를 하부에서나 하는 체하고 있으나 나는 대통령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하며 자기 측근과 상층부부터 이룰 숙청하지 않는 한 절대로 제거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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