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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환자는 정상인보다 오래산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갑상선암 환자는 정상인 보다 오래 산다? 이게 무슨 말인가? 갑상선암에 걸리면 암에 걸리지 않은 정상인 보다 오래 산다고? 그럼 갑상선암 걸려야겠네?

세상에 이런 일이? 5년 생존 확율만 본다면 정상인이 100 이라면 갑상선암 환자는 100.4 라니까 분명 갑상선암 환자가 더 오래 산다는 얘기가 아닌가?

어느 개인의 얘기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립암센터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것이라니까 안 믿을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고.... 허~~참~~~

며칠 전 각 방송이나 신문에서 각종 암의 단계별 5년 생존율을 발표했다. 단계별이란 병기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리다.

1기에서 4기까지 합친 5년 생존율을 볼 때 위암은 67%, 대장암 73%, 유방암 91%, 전립선암 90%, 간암 27%, 폐암 20% 라고 했단다.

이 치료 성적은 전립선암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치료성적을 능가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과거 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 의학 교과서에는 위암은 5년 생존율이 14%라고 했고, 간암은 걸렸다하면 6개월은 못넘긴다고했다.

그 당시의 환자들은 무슨 증상이 있어야 병원에 찾아 오니까 이때는 이미 암이 많이 퍼져서 손을 쓸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암에 걸렸다하면 곧 죽음을 떠올리게 되어 환자에게 암이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번 발표대로 치료 성적이 좋아진 것은 치료기술과 치료약이 좋아진 덕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암의 조기 발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위암이나 조기대장암이 많이 발견되어 5년 생존율이 95%가 넘게 된 것이다.

다른 암도 첨단 의료장비 덕에 과거에는 잘 찾아내지 못했던 조기암을 많이 발견하게 되어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지게 된 것이다. 의료보험 제도가 국민들이 건강검진을 많이 받게 하게 한 결과 때문이리라.

갑상선암 치료 성적이 좋아진 것도 초음파 진단기기의 발달로 작은 갑상선암을 많이 발견하여 조기 치료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95%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갑상선암중에서 가장 느리게 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거북이암이라고 불리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두암의 변종인 키큰세포암, 섬모양세포암, 고형암, 기둥세포암, 원주세포암, 미만성 경화암,저분화암과 수질암, 미분화암, 악성 림프종은 여기서 제외된다.

이들 암은 거북이암이라기 보다 토끼암에 가깝기 때문이다.

거북이암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토끼로 변해 우리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암이 될 수도 있다.

암의 생존율을 따질 때 왜 5년 생존율 인가? 정말 5년간 무사히 넘기면 이젠 완치가 된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5년 생존했다고 해서 절대로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말하면 완치란 말을 쓰기가 좀 뭐하다는 얘기다.

5년 지나면 재발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대게는 5년안에 생사가 결정된다는 소리지.....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에서 5년을 무사히 넘겼다면 몸 안의 암세포가 소멸되어 앞으로도 재발 없이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고는 볼 수 있지만 절대로 재발 없는 완치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요새는 완치(cure)라는 말보다는 관해(remission)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하는 의사들도 나오고 있다.

관해라는 것은 ‘암으로 인한 증상이 없어지고 검사에서도 암세포가 관찰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재발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갑상선 유두암 중 초기암은 치료하지 않고 암이 몸속에서 자라고 있어도 즉 암이 관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5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가 있다. 생존율만 따지면 수술 안해도 다른 암 보다 월등히 좋은 수치가 나온다. 암세포가 퍼져 병기 1 에서 병기 4 로 되면서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상태로 가고 있는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갑상선암을 가지고 5년 생존율 운운하는 것은 요새말로 정말 웃기는 얘기인기라. 갑상선암은 암측에서 보면 대기만성형 암인기라. 장기전을 치루어야 한다는 뜻이지.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하는 암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갑상선암 치료성적은 장기간 동안 관찰한 결과를 놓고 얘기해야 된다는 것이다.

갑상선암의 치료로 (1) 수술,(2) 수술후 방사성 요드치료, (3)갑상선 홀몬 복용-TSH 억제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립시킨 미국의 Mazaferri 교수의 장기간 추적한 치료성적을 보자. 1335명의 환자를 수술 후 30년 동안 추적해보니 30년 누적 재발율이 30%가 되고 사망율이 8%가 되더라는 것이다.

재발 시기를 나누어 보면 14%는 수술후 5년내에, 6%는 5년에서 10년사이, 나머지 10%는 10년부터 30년 사이에 재발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5년안에 사망한 환자는 없으니까 5년생존율은 100% 다.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암을 가지고 있는 유병생존인 것이다( Trans Am Clin Climatlo Assc 1999;106:151~188).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말썽이 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뜻이지.....

또 최근 2013년 시카고 대학의 보고를 보자(Surgery 2013;0:0~0). 평균추적 27년에 재발율 28%, 사망율 9%로 보고 하면서, 11%의 재발과 17%의 사망은 수술 후 20년 이후에도 일어 나더라는 것이다. 그들의 결론은 재발과 사망이 수술 30년 후에도 생길 수 있으니까 평생동안 추적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Both recutrrences and death from PTC can occur more than 30 years after being treated, thus lifelong follow-up with PTC is necessary).

자, 그러면 이번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갑상선암 환자가 정상인 보다 생존율이 더 좋다"는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들의 해석은 갑상선암 환자가 수술 받은후에 정상인보다 건강관리를 더 잘 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위암, 대장암등 다른 암환자는 건강관리를 잘하지 않아서 5년 생존율이 갑상선암 보다도 훨씬 나빴을까?

통계방법이나 통계 해석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은지? 아니면 갑상선암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암과 같은 선상에 올려 놓고 5년이라는 짧은 추적기간의 결과를 보고 갑상선암은 정상인 보다 생존율이 좋다고 해석한 잘못은 없는지.......

이 발표가 나오고 난 다음에 필자에게 수술받을 예정이었던 환자가 8명이나 수술을 취소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이런 중대한 발표를 할 때에는 최소한 갑상선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어야 되지 않았을까....

국가 기관에서 일반대중을 오해케 할 수 있는 내용을 그렇게 쉽게 발표해도 되는 것인지...........

갑상선암 환자는 정상인보다 오래 산다고? 허~~참~~

☞박정수 교수는...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 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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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교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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