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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동영상, 국정원은 배포하고 통일부는 막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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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상영하다 중단 조치된 동영상.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논란과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을 담고 있다. [동영상 캡처]

국가정보원이 안보견학 현장에 통일교육용으로 배포한 동영상 자료를 통일부 산하기관이 “상영하지 말라”고 제동을 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정부 당국과 통일교육단체에 따르면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은 지난달 말 오두산통일전망대(경기도 파주)에 공문을 보내 동영상 상영 중지를 지시했다.

 9월 24일자 ‘오두산통일전망대 운영 관련 지시’란 공문에서 교육원 측은 “상기 영상물은 통일교육용으로 부적절한 바 즉시 상영을 중단할 것을 지시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전시·상영되는 모든 자료는 통일교육원에서 배포한 자료만 활용하기 바란다”며 “불가피하게 기타 자료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교육원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통일교육원이 지난달 말 오두산통일전망대 측에 보낸 통일교육 동영상 상영 중단 지시 공문.

 통일교육원 측이 문제 삼은 동영상은 ‘비겁한 평화는 전쟁을 부른다’는 제목의 11분50초짜리 영상물이다.

 천안함 폭침과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 등 북한의 주요 대남 도발을 영상자료로 제시한 뒤 ‘평화는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주 민군복합항(일명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벌어진 강정마을 사태와 평택 미군기지 건설 저지 시위, 한·미 합동 군사연습 반대 장면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종북세력이 북한의 논리를 추종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는 강도를 두둔하고 이들을 잡으려는 경찰을 비난하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동영상은 “1816~2000년까지 184년간 세계 207개국 중 66개국이 사라졌고 이 중 50개국은 이웃의 침략에 의해 망했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파니샤 파잘 교수의 저서 『국가들의 죽음』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마무리된다. 교육원 측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는 ‘한국위기관리연구소’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국정원이 민간기관에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지난달 안보견학지와 통일교육기관 등에 배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조치에 대해 오두산통일전망대 이훈 대표는 “정부 당국이 제공한 영상자료인 데다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상영했는데 통일부가 중지 결정을 내린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망대 측은 지난달 가족과 함께 이곳에 들렀던 민주당 중진 P의원의 보좌관이 통일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정감사 쟁점으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원 측이 상영 중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교육원이 관할하는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이북5도 관련 단체인 ㈜동화진흥 측이 관리위탁계약에 따라 운영해 왔다.

 국정원 측은 통일부의 조치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안보 관련 주요 영상자료를 국정원으로부터 제공받아 활용해 오던 통일부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운영 주체인 통일전망대 측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통일부가 압력을 넣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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