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동영상, 정치 중립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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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측이 제작·배포한 안보 관련 동영상에 대해 통일부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국정원이 민간 업체에 의뢰에 제작한 것으로, 민주당의 P의원 보좌관이 문제를 제기하자 통일교육원이 통일전망대에 상영 중단을 요청했다.

중앙일보 10월 16일자 5면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오두산통일전망대(경기도 파주)에서 방영해 온 동영상을 통일교육원 측이 상영 금지 조치한 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통일전망대 운영주체는 통일부이며 영상물도 통일부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교육 동영상을 놓고 국가기관인 통일부와 통일교육원, 국정원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통일교육원이 오두산통일전망대 측에 상영 금지를 지시하면서 근거로 삼은 통일교육지원법 제3조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교육 기본원칙’을 담은 이 조항은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며 “개인적·당파적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전망대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동화진흥 측은 “통일부가 국정원 영상에 대해 자유민주와 평화통일, 당파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역시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안보·통일교육 현장에 배포해 온 영상자료를 놓고 정치 중립 위반 운운하는 건 문제라며 불편해하고 있다.

 문제가 된 11분 분량의 동영상 ‘비겁한 평화는 전쟁을 부른다’가 실린 중앙일보 홈페이지에는 10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lbwoo49’를 쓰는 독자는 “상식적으로 봐서도 문제될 게 없어 보이는데 통일교육원장은 왜 무슨 이유로 중지시켰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소상히 밝히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실의 전화 한 통에 상영 중단 조치를 한 건 문제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국민생활안보협회 등 보수단체는 이날 통일부에 상영 재개를 촉구했다. 통일부 내부에서조차 “지난해 1월부터 상영을 시작해 수만 명이 관람하고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동영상을 교육원이 뒤늦게 중단시켜 논란을 자초한 셈”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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