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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사령부 3명 문재인 비방 글 퍼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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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본관 421호 국방위원장실. 15일 국방부 직속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문을 닫아놓은 채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테이블을 두드리며 “(국방부가)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찾아갔는데도 설명도 하지 않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회의 도중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위원장실을 나오며 “공개로 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존재 자체가 비밀인 조직을 공개로 감사하는 게 맞느냐”며 비공개 진행을 요구했다. 결국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업무보고와 군사기밀이 포함된 내용은 비공개로 하기로 절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국감은 이날 오후 3시 시작하기로 예정했으나 46분 넘긴 시간에 유승민 위원장이 회의 개시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2009년 북한의 ‘7·7 디도스(서비스분산거부) 공격’ 이후 창설됐으나 3년간 공식적으론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던 사이버사령부가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회의 개시 5분여 만에 사이버사령부 국감은 다시 중단됐다. 증인 채택이 문제였다. 당초 사령부 측은 A대령을 비롯해 3명에 대해 비공개를 요구했고 여야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사령부 측이 이들이 아닌 다른 이를 비공개 증인으로 삼으려 하자 야당이 회의를 보이콧했다. 여야는 다시 1시간30여 분 동안 막후 절충을 벌였다. 비공개 증인을 다시 정하고 회의 자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뒤 오후 6시가 돼서야 국감을 재개했다. 결국 베일에 싸인 조직인 사이버사령부는 ‘비공개’ 장막 안에서 감사를 받았다.

 이날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 군 사이버부대의 조직적인 댓글 개입 활동이 있었다고 보고 전선(戰線)을 국정원에서 국방부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3명의 사령부 소속 요원이 300여 건의 야당 비방 글을 쓰거나 퍼날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규백 의원은 “사령부 소속 요원 3명이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문재인(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이를 퍼나르는 일을 했다”며 “이는 분명히 군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 역시 “사령부의 심리전단은 국정원과 연관해 업무를 한다더라”며 “요원들이 활동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부인을 하느냐”고 거들었다.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있던 시절 사령부 요원들에게 댓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그러나 옥도경(육군 준장) 사이버사령관은 “활동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원들이 사령부 요원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조사 중”이라며 “(대선 때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만약 활동을 했다면 개인적으로 한 것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야당 측이 제기한 3명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금은 사이버상에서 북한과 전쟁 중인데 전쟁 중인 대한민국 장군을 불러다 부하에게 야단 치듯 하는 것은 문제”(정희수)라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비밀 조직을 공개한 것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했던 자산을 훼손한 안타까운 일”(김성찬)이라며 맞섰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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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지금 북한과 사이버 전쟁 중인데 … "
사이버사령부 국감, 대선 댓글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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