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 이젠 국제안보 핫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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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성주 국제안보대사는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사이버 공간은 인류가 발견한 또 하나의 신대륙”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500여 년 만에 인류가 발견한 또 하나의 신대륙이다. 사이버 공간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인터넷 등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 생활과 연결돼 있다. 여기에서 정보 유출이나 테러가 발생하면 개인 생활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까지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17~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세계 사이버스페이스 총회’ 준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최성주(55) 외교부 국제안보대사의 말이다.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인류가 누리는 경제·사회적 혜택뿐 아니라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보안, 국제안보 등 사이버 관련 다양한 이슈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 민간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장관급 포럼이다. 2011년 영국에서 첫 총회가 열렸고 헝가리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서 열린다. 아시아 지역에선 처음이다. 최 대사는 외시 14회 출신으로 유엔 군축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총회는 스마트폰 시대 일상 생활이나 국가 안보면에서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는 국제회의”라고 했다. 북한의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처럼 사이버 테러는 핵·생화학무기로 대표되는 대량살상무기(WMD)에 이은 대량교란무기(weapons of mass disruption). ‘제2의 WMD’라고도 불린다.

 - 서울 총회의 의미는.

 “박근혜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80여 개국에서 1600여 명이 모인다. 영국·호주·헝가리·인도네시아 등 14개국에서 외교장관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개국에서 차관급 수석대표가 참석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사이버 공격, 개인정보 유출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집중 모색할 예정이다. 의미 있는 사이버 규범을 집대성한 ‘서울 원칙’도 발표할 예정이다.”

 - 왜 사이버스페이스 총회가 필요한가.

 “2010년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안보가 산업 차원뿐 아니라 국제안보 측면에서도 민감한 이슈가 됐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이버 공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통일된 국제규범 등 합의된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총회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데도 의미가 있다.”

 - 국가별로 이견이 큰 부분은.

 “영미권 국가들은 사이버 공간을 중립적 공간으로 여기고 민간 중심의 개입을 주장한다. 반면 중국·러시아 등은 사이버 공간을 주권이 미치는 공간으로 파악하고 국가 중심의 규제를 주장한다. 이들은 ‘아랍의 봄’ 경험 때문에 사이버 이슈를 체제 안정 문제와 연결짓는다.”

 - 미국은 소극적인 듯한데.

 “아니다. 미국이 총회를 주도하면 중국·러시아 등이 참여하지 않거나 대립이 심해질 수 있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뿐 아니라 사이버 보안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사이버 안보 실무팀을 발족했을 정도로 사이버 문제를 중시한다.”

글·사진=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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