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의사는 어떤 기준으로 처방약을 선택할까?

중앙일보

입력

보람성모내과 김태균 원장님

간혹 환자들이 특정 브랜드의 약을 언급하면서 처방 시 고려해 줄 것을 부탁해오곤 한다. 대부분 신문이나 인터넷, 또는 지인에서 약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본인의 증상에 맞는다고 생각하여 이 같은 부탁을 하는 경우다. 큰 문제가 없는 한 환자의 요구에 맞추어 처방을 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환자가 의약품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환자에게 적합한 약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의사의 책임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처방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당 환자에게 적합한 약인지, 약의 효능이 뛰어난지,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오래 사용되면서 임상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인지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질환 상태와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약을 처방한다.

간혹 약값에 부담을 느껴 의사와 상의 없이 갑자기 병원 방문을 중단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환자는 자의적으로 판단해 임의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지속적인 약 복용이 중요한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자의적인 판단으로 약 복용을 끊으면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당 의사에게 고민을 이야기 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요즘에는 같은 성분의 약이어도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약사가 신물질을 개발해 신약으로 처음 출시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만료 되면 개발사가 아닌 다른 제약사에서도 같은 성분, 함량의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후 국가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입증 받은 약을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 만료 이후에는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제네릭 의약품도 가격이 합리적이므로 환자의 상황에 따라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과 동일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시설에서 제조하는 고품질의 ‘퀄리티 제네릭’ 의약품도 나오고 있어, 가격도 합리적이고 효능과 안전성을 한층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얼마든지 처방 받을 수 있다.

약값이 비싸다고 병원 방문이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 보다 주치의와 상의하면 얼마든지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의사가 환자의 처방약을 선택하는 기준은 바로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부분이니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