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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해진「라오스」전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월8일「라오스」내에 있는 호지명「루트」를 격파하기 위해 진격했던 약 2만4천의 월남군은 현재「계획된 철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한다. 원래 월남군의 라오스 작전은 호지명「루트」를 항구적으로 점령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 지역의 소탕이 끝나면 지체 없이 철수하게 돼있었던 것이므로 바로 그 계획된 철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월남군의「라오스」철수는 몇 가지 점에서 중대시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을 가졌음을 또한 가리울 수 없다.
그것은 철수도 하나의 작전이므로 그 자체만을 가지고 전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월맹군의 저항이 처음부터 완강했다는 점을 비롯해서 월남군이 철수하는 뒤를 쫓듯이 월맹군이 대거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월맹군은「라오스」 의 왕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등을 함께 고려할 때「라오스」전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거의 틀림이 없는 듯 하다.
여기서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표명해야 할 것은 월남군 철수 후에 초래될 사태라 할 것이다. 만약에 월남군이 일단 진격케 했던 병력을 무조건 철수케 하고 그에 뒤이은 전술상의 전환을 이룩하지 못할 때, 그것은「인도차이나」전국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호지명「루트」를 공격 이전의 상태로 방치할 때, 앞으로 월맹군의 병력과 보급 물자의 공급은 더욱 증강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월남전쟁은 다시 원점에 돌아갈 것이고「라오스」와「캄보디아」에서의 전투 역시 언제 끝날 것인지 다시금 묘연해질 공산이 엿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월남·「라오스」·「캄보디아」등 제 국민의 사기를 저상시킬 우려가 있으며 그에 따라「월남화 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따라서「라오스」에서의 월남군 철수는 철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전열의 재정비와 아울러 명실공히 전술의 전환기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특히 그것을 위한 미국의 협조와 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라오스」작전과 더불어 미국 내에서는 일부 반전 기운이 다시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갤럽」여론조사에 의하면「닉슨」대통령에 대한 인기는 51%로 떨어졌다고 한다.
「라오스」작전에 있어서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월남 전쟁의 추이로 보아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민의 일치된 지지가 있었더라면 그 전쟁은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됐을 것이며, 이미 그 전쟁은 종결됐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전쟁수행 문제를 둘러싼 미국민 여론의 분열은 결국 전쟁을 장기화하는 결과 밖에는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미국이「인도차이나」전쟁에서 과감한 작전을 계획·신뢰하는 한편에 있어서는 지나칠 정도로 중공의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결과적으로 무엇을 초래하고 있는가는 새로운 설명의 필요가 없다. 중공은 이미 군수물자 또는 위장 부대들을「라오스」와 월맹에 파견함으로써「인도차이나」전쟁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은 이 기회에 월남전의 명예로운 조기 종료를 가능케 하는 방안이 과연 무엇인가를 재검토하고, 그를 위한 과감한 조치를 조치해야만 할 것이다. 주월 미군의 철수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비롯해서 그 전투임무 종료 문제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며, 전쟁의 명예로운 종결이 있을 때까지 맹방군에 대한 최선의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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