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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노믹스의 중국 경제 바닥 쳤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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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오던 중국 경제가 올해 상반기 들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에 휩싸였다. 심지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중국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8월 이후 중국의 경제 지표에는 극적인 반전세가 나타나고 있다. 공급 과잉이던 주요 제조업의 설비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수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제조업 채산성도 증가세로 돌아서고 가동률도 올라가고 있다. 중국의 수출 수요는 회복을 맞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9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려 7조원 넘는 순매수세를 보이며 오랜만에 상승세를 만들었다. 9월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안정적인 경상수지 같은 정량적인 요인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 모멘텀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중국의 수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제조업 중심인 중국과 한국에 대해 경기 회복의 수혜를 기대하는 매수세가 나타난 걸로 보인다. 올 상반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던 시기에 외국인 매도세가 한국에 집중됐던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장세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외국인 매매 동향이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핵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리커노믹스’의 핵심은 무엇일까? 올해 초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책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중국의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구조조정을 통한 장기 성장동력 확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경제 구조의 불균형을 개혁하려고 한다. 우선 수출 주도에서 소비 주도로 체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의 주도권도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이동해야 하고, 지역 간, 계층 간 빈부격차도 해소해야 한다. 중국 경제를 이렇게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위 ‘시장화’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리커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제조업 공급 과잉의 해소, 소비의 거품 해소, 그리고 금융의 시장화다.

첫 번째 과제는 중국 최대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침체 국면이 지속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제조업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미뤄오다가 올 들어 산업별, 제품별로 생산 감축 규모의 목표를 세우면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제시한 납 제련 제품의 올해 생산량 목표는 8% 감축이라고 하는식이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 업종의 파산 기업 규모와 재고 문제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기자]

은행 금리 자유화를 위한 발걸음 시작

제조업과 함께 금융의 시장화 역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중국 은행 간 대출금리인 시보(Shibor) 금리가 12%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이 파행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의 해결을 시장에 맡기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지난 3월 말 대대적인 은행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한 규제를 통해 ‘그림자 금융’을 양성화시켰고, 8월에는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자유화시켰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미 은행에서 취급하는 WMP 수익률이 5%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은행 예금금리도 시장에서 자유화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공식적인 예금금리 자유화는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고 중국 정부가 금리 자유화를 위한 발걸음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소비의 체질 개선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3공 경비’ 축소 등과 같은 반부패운동이 대표적이다. ‘3공 경비’라 하면 공무원들의 관용차량 구입 경비, 접대비, 해외 출장비를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부패와 낭비 요소를 없애 효율적으로 예산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시진핑 정부의 개혁 정책이다. 이를 통해 현재 거품이 담겨 있는 과소비에서 건전한 중산층의 소비로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떨어져도 체질 바꿔야”

최근 만난 중국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이제 어려워져야 한다. 충분히 거품이 빠지고 구조조정을 겪어서 체질이 바뀌어야 장기 성장이 이뤄진다. 지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반가운 일이다”라며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전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중국 내에서도 이제 리커노믹스가 먹히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2013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기대치는 7.5~7.6% 정도다. 중국은 현재 구조조정 중이다. 너무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과 유럽 경기가 점진적이지만 회복 추세에 접어들고 있어 중국 경기에 대한 지나친 비관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 이슈와 중국의 장기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감안해 볼 때 글로벌 경기의 회복 속도가 기대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상승 속도나 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러스트 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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