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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사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예일」대학의 심리학연구실에서 이런 실험을 한적이 있다.
피실험자와 학생을 서로 보이지 않게 한 방에 앉혀놓았다. 그리고 피실험자는 보이지 않는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틀린 답을 하면 체벌을 주게 하였다.
10 「볼트」에서 4백「볼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력「쇼크」를 일으키게 하는「스위치」를 피실험자가 마음대로 눌러 학생을 벌 주라는 것이었다.
서로 딴 방에 있으니까 학생이 벌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괴로와하는지는 볼 수 없다. 그대신 피실험자의 귀에는 정밀하게 녹음된 학생의 신음소리나 비명이 들리게 되어 있었다.
사람의 심장까지도 멎게하는 4백「볼트」「스위치」를 누를때에는 학생의 숨이 꼭 끊기는 듯한 효과까지도 내게 했었다.
물론 실제로는 체벌은 없다. 그저 그런 것처럼 피실험자에게 꾸며 댄 것이다.
이런 실험을 하기 전에 교수는 4백「볼트」의「스위치」를 누를만큼 잔인한 피실험자는 10%이하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60%를 넘었다. 처음에는 학생의 비명소리에 20「볼트」짜리를 누르는데도 괴로워 하던 피실험자가 나중에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2백「볼트」짜리를 누르게 되더라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이처럼 잔혹한 면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번 악에 물들면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는게 사람이라는 얘기도 된다.
피실험자가 이처럼 잔혹할 수 있던 것은 어쩌면 괴로워하는 학우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본 바탕을 그처럼 악하다고 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피살자는 전혀 알길이 없다고 안심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2년동안 어느 식품공장에서 두부에 공업용 석회를 섞어 팔아 왔었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얼마전에는 시판 콩나물을 수은으로 속성 재배 했다는게 드러났었다. 뿐만 아니라, 「소시지」, 우유, 코춧가루 등 우리의 식탁 위에는 사신이라 할 유기물들이 너무도 흔하게 올라있다. 이것들이 인체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다. 심하면 암까지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극약처럼 당장에 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의 시름은 보이지도 않으며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유해 식품들을 조금도 가책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먹을 것, 못 먹을 것 가리지 않고 먹어온 우리의 식성의 탓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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