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교통」은 누가 시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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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침마다 출근길에서 보면 학교앞 건널목에 노란완장을 두르고 긴 막대기에 삼각형 깃발을 달아 횡단 학생을 정리하는 모습을 본다.
도시의 교통이 엄청나게 포화되어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는 교동순경의 손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여 자신들의 안전을 갖는 방법은 이길 밖에 없으리라 믿어 학교는 자체에서 이런 노력을 하는 듯 싶었다.
그런데 신문에 의하면 대전에서 경찰의 요청으로 학교로부터 2백50m나 떨어진 곳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어린이가「버스」뒤에서 추월하던「택시」에 치여 숨졌다는 보도를 보았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적이 놀랐다.
경찰이 이 사건에서 분명히 요청하여 사고에 이르게 한 것이라면 경찰로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된 일로 인해서 한 어린이의 생명이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전의 차량과 교통의 사정이 서울보다 더 빈번하고 복잡한지는 몰라도 어린이들을 경찰이 요청하면서까지 교통정리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느냐하는 점과, 그것도 자기학교 앞에서 정리한 것도 아니고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곳에까지 어린이가 동원되어야 하는 점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 교통순경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따위를 따져보면 우리네 어린이들은 너무나 그들이 자라는데 짐이 무거운 것 같다. 경찰 본래의 의무를 수행하는데 그 인력의 부족으로 특수한 경우 다른 보조인원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것이 보조 대상자를 적절하게 선택하지 못했거나 보조하는 사람을 충분히 지휘, 감독할 의무를 다하고 그리하여 사고를 미리 막아야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못했다면 분명히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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