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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흑색 선전의 선거풍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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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타락의 주인은 물량공세와 흑색선전이다.
물량 선거 공세는 1952년의 지방 자치 단체 선거에서 비롯되었다.
「6·25」동란에 시달린 국민들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생활이 더 시급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읍·면 의회나 도의회 의원에 입후보한 사람들은 정견이나 포부보다 고무신·성냥. 비누 등을 나누어주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자유당 말기까지 악순환을 거듭했다.
선거초기의 물량 공세는 비누·「타월」·고무신·설탕 등 생활 필수품을 주는 것이었으나「5·16」후의 6대의원 선거 때부터는 면모가 달라졌다. 술을 대접하거나 돈을 직접 유권자에게 주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이른바「막걸리선거」와 매표행위가 비롯됐다.
지난67년의 국회 의원 선거는 이런 타락현상이 극에 달한 선거였다. 「막걸리선거」는 비단 주막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에 산재한 명승지는 술 취한 유권자로 술렁거렸으며 어느 보궐선거에서는 투표장의 턱밑에서 술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표행위는 주로 선거막바지에 서민층을 상대로 행해졌으나 선거 유세장 같은데서 교통비 조로 돈이 수교되는 현상도 없지 않다.
지난 선거의 타락상에 대한 비판이 호되게 가해진 후 일부 현역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들은 교묘한 방법의 장기 선심 공세로 양태를 바꾸고 있다. 충남의 어느 지구당 위원장은 지난4년간 유권자의 반 이상을「산업 시찰」이란 명목으로 서울구경을 시켰으며 전남의 한 위원장은 선거 때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추어 지난가을 많은 농가에 병아리를 사 주었다.
많은 의원들은 또 종종 있는 외유 중에「라이터」상아도장·「볼펜」등을 사다가 유권자들에게 선사했다.
여야의 흑색 선전은 선거를 더욱 타락과 불신으로 몰아 넣는다. 협상 선거법에서 위계, 사술을 사용한 선거운동을 금할 정도로 지난 선거에서는 이른바「매터도」가 많았다.
흑색 선전의 종류는 상대방의 이름을 팔아 금품을 배부했다가 옆집 것이 잘못됐다고 회수하는「릴레이」식, 사전에 나누어준 금반지를 유세 장에서 헌납케 하여 군중심리를 자극하는「금반지 작전」으로부터 명함 뒤에 취직 등을 선약하는「이서작전」자해 행위를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테러」를 당한 것처럼 조작하는「박치기 작전」등 점점 지능화 하는 경향이다.
이밖에 상대방 운동원이 깡패에게 뭇매를 맞았을 때『정치「테러」인양 조작하기 위해 저희끼리 싸움을 했다』고 선수를 치는 역선전이 있고, 상대방이 흑색선전을 쓰기도 전에『이러이러한 흑색음모가 꾸며 지고있 다』고 폭로전술을 쓰기도 한다. 형태가 어떻든 간에 흑색선전은 불신풍조를 유발하여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조장한다.
통계상으로도 선거의 타락현상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제헌 의원 선거 때 1건도 없었던 선거소송이 지난 7대의원 선거 땐 2백68건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선거법을 위반한 사범도 3대 때 5백47건이던 것이 점차 증가하여 7대 때에는 3천8백55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의 사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이와 같은 선거사범의 증가는 준법선거가 안되고 있는 심증이며 선거운동의 규제에 많은 문젯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타락선거와 관련된 선거법상의 문젯점은 첫째로 유명무실한 선거비용의 한도액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의 지역구별 법정 한도액은 평균2백20만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도액의 10배 혹은 20배를 쓴 사람이 많았다. 지난 선거 후 「3당2낙」이란 말이 있었다. 3천만 원을 쓴 사람은 당선하고 2천만 원을 쓴 사람은 낙선 됐다는 뜻이다. 선거 비용이 이같이 과다하게 지출되는 과정에서 선거의 타락은 불가피하게 빚어지는 것.
둘째는 금품 수수 금지 .음식물제공 금지 등의 조항이 지켜지지 않는 근본원인을 바로 잡는 문제이다. 선거사범은 사직당국이 단속해야할 의무와 책임을 진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는 동안 경찰이나 검찰이「막걸리선거」를 단속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입후보자들의 자각이다. 유권자들의「매」표를 나무라기 전에 후보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정당당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조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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