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찾는 청소년의 꿈 봄철 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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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봄이라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입고 집을 떠나는 청소년이 해마다 늘어간다. 소위 무작정 상경이라고 해서 아무 계획도 목포도 없이 다만「서울에 가야겠다」는 결심만 믿고 도시의 물결속에 휘말려 든다.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인 일을 무시해 버린 부모의 보호하에서의 생활과 판이하게 다른 현실에 직면하고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악의 공기를 마시며 살게된다.
봄철 젊은이의 자살·범죄와 같은 단어가 서로 꼬리를 물고 활자화되면 사람들은 특히 식자들은 다투어 그 원인부터 찾아내어 해설을 붙인다.
그 원인의 하나로 흔히 등장하는 것이 가정의 불화 혹은 부모의 무관심 냉대를 들고있다.
즉 원인의 첫째로 그가 속해있는 가정을 든다.
부모의 몰이해와 애정의 결핍은 그것만으로도 가정이 지니는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따라서 집이 있으되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결국 집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청소년들의 생활이란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청소년들은 가정이 가정의 구실을 다하거나 못 하거나를 막론하고 그의 꿈의 세계를 건설하고 있다. 즉 그가 속해 있는 현실과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상상의 세계에서 소위 꿈 나무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 꿈속에는 현실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것 또는 전혀 비현실적인 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데 그들은 일단 그와 같은 꿈의 첫발을 도시에 내디디고 싶은 것이다.
「서울에 가고 싶은」꿈은 부모에 대한 불만 이전에 이미 확고하게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할 것도 같다. 다만 현실이 이와같은 소박한 꿈마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지학생들이 그들의 나라에서 베푸는 최대의 편의를 받아 전세비행기를 내어「로마」나「파리」를 구경하는 것을 보고 단순히 부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좁은 땅덩어리에 그것도 반은 잘려서 개미 쳇바퀴 돌듯 뱅뱅도는 이 현실에서 볼때 시골에서 서울로 오는 일이 엄청나게 생각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로 가고 싶고, 그곳에 살고 싶은 욕망이 좌절되어서는 안된다. 그 원인만을 한가하게 따져 펼치는 동안 철없는 꿈은 무참히 깨지고 마는 것이다.
청년에게 야심을 가지라는 격려의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는데「무작정 상경」이 이 사회에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그들의 발등에 돌을 던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무능하다.
사회는 개인이 모여서 만든 환경이고 개인은 그 사회속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회를 위해서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가 사람을 위해서 개혁되어야하는 일로 대치되어야할 것이다.
누구나 시골에 가서 며칠을, 다만 며칠을 살아보면 알게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한국은 완전히 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한다.
서울특별시와 기타 시골의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서 사는 젊은이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잘사는 나라, 문명된 나라로 유학을 간다. 서울의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끼는 꿈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꿈을 현실에서 보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 어려운 여권수속을 밟는다. 그들에 비하면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무단가출자들의 꿈은 너무도 당연하고 솔직한 행동이다.
덮어놓고 막을 생각만 하지말고 그 시골의 행정기구에서 이것을 사회문제로 다루어 서울의 행정과(없으면 청소년문제를 다루는 기구를 새로 설립해야한다)과 연락하여 보다 효과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 충분하니까, 가정환경이 좋으니까 시골에서 일생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청소년의 정상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시골 소년이 서울로 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고 또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은 반드시 호롱불을 켜고 솔가지를 때야 고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발전된 환경, 그리고 청소년의 또 하나의 꿈을 이룩 할 수 있는 매력있는 사회로 발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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