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학무시 미결의 장 종교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된 중학무시험진학제도는 시설과 학력평준화문제와 함께 종교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빚고있다. 특히 서울의 신설학교인 삼신중의 종교를 빙자한 국례거부사건은 종교교육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었다. 문교부와 서울시교육위는 69학년도 서울에서 무시험진학제도를 처음 실시하면서 학교설립자의 신앙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추첨에 개인의 종교를 고려하는 방안을 강구해왔으나 별다른 묘안이 나오지 않아 실시3년째인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무시험진학제 실시와 함께 부쩍 늘어난 진학률에 따라 시설부족사태를 빚어 종교문제까지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시행상에 있어서도 학생개개인의 신앙을 파악하여 종교계 학교에 배정하는 문제는 상당한 작업시일과 기술상의 애로가 따르기 때문에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계 학교마다 신앙의 자유 주장>
이른바 종교계학교는 헌법에 규정된 신앙의 자유를 내세워 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행정당국이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 문교부의 종교교육강요금지지시를 무시하고 정규시간에 성경이나 「채플」시간을 두어 이를 성적에까지 반영시키고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무시험추첨으로 타의에 의해 종교계학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은 예를 들어 불교를 믿는 집안에서 기독교교육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발하고 있으며 문교부당국도 믿지 않는 자유도 헌법에 보장된 것이므로 종교교육을 강요할 수 없고 종교교육을 하려면 희망자에 한해 정규시간이 아닌 특별활동시간에 실시하고 성적에는 반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하고있다.

<종교 등 고려하면 세칭 일류중 몰려>
몰론 그동안 문교당국이 종교문제를 중학무시험진학제에 반영하려고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했다.
지난해 9월 문교부는 지망교·통학거리·종교 등 세 가지를 고려한 「선지망 후추첨」방식을 택하려했으나 학부형에 대한 사전교육이 없으면 세칭 일류중학에 집중 지원하는 결과를 낳게되어 혼란을 빚게되며 무시험진학제의 원래의 의도인 학교차가 오히려 조장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에 부닥쳐 아직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방안채택을 포기했었다.
「선지망 후추첨」방식에는 ⓛ서열별지망 추첨방식 ②묶음별 지망추첨방식 ②서열별지역선택추첨방식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3개교씩 한데 묶어 희망에 따라 3묶음씩을 지망하게 하는 묶음별 지망추첨방식은 제2지망묶음(6개 학교 중 1개교)까지 배정되는 경우가 97·7%라는 거의 만족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으나 종교문제는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추첨 후조정」방식을 택해 통학거리·종교문제 등으로 견디기 어려운 학생을 지망교의 정원범위 안에서 재추첨 배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부모가 거리나 종교보다 이른바 일류교에의 전학을 희망하고 있고 이들 학교는 정원이 모자라는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후조정은 실패에 돌아간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이 같은 「선지망 후추첨」방식의 검토 외에 한 가지 두드러진 것은 문교부가 71학년도 무시험진학에서 대전삼육중·묵호삼육중 등 안식교계통의 전국 5개 중학교를 권장학교로 돌려 추첨배정학교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들 권장학교는 지원자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있어 종교문제를 고려한 지원자만으로 마음놓고 교육할 수 있게됐다.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내년도 중학무시험진학에 있어서는 전국 7백19개 사립중학교 가운데 2백여개에 달하는 종교계학교의 실태를 파악, 종교교육이 불가피한 학교에 한해서는 모두 권장학교로 돌린다면 종교에 따른 부작용은 없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장교 지정 경우 학생수용에 차질>
그러나 권장학교수가 적을 때는 몰라도 대부분의 종교계학교가 권장학교로 지정되면 학생수용계획에 큰 혼란을 빚게될 것이라고 문교당국자는 이 제도의 실현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계중학교를 고등학교로 승격시키면 고등학교는 지원제이므로 종교교육문제가 무난히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주장도 2백여개에 달하는 종교계학교를 모두 고등학교로 승격시킬 때 생기는 차질을 고려하면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종교계 학교 설립자와 교장이 종교교육을 포기하거나 특별활동시간에만 국한하든가 또는 종교계학교를 모두 권장학교나 고등학교로 전환하든가 두 가지 가운데 한가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중학무시험제도가 불러일으킨 종교계 학교의 말썽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돈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