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닉슨·독트린」의 성공 징표|월남군의「체폰」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 공군의 B52와 전폭기가 휩쓸고 간「라오스」영「호지명 루트」의 요충「체폰」이 월남군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은「닉슨·독트린」이『성공하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로 제시되고 있다.
「체폰」함락의 급보에 접한 「「티우」」대통령은 즉각 현지 장병에게 축전을 보냈을 뿐 아니라 라오스 작전의 사령관「황·수안·람」장군은『공산군 보급 루트 박멸의 주요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선언했다.
「닉슨·독트린」을 월남에 관한 한 한마디로 잘라 말해서『월남 지상군과 미 공군력 의 결에 의한 「티우」 정부하의 월남 강화책』이라고 한다면 미 공군력과 월남 지상군에 의한「체폰」함락은 일단 그런 공식의 성공적인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앞서 『미군 완전 철수의 시간표 제시와「사이공」에 연립 정부 수립의 용인』이라고 하는 베트콩 측 요구를 일축하고, 전 인지 반도에 걸친 공군력의 무제한 사용과 월남 지상군의 작전 지역 확대라는 힘의 전략을 채택했다.
이 힘의 전략은 실질적인 확전이면서도 지상군 불 투입으로 인한 미군의 사상자 감소라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72년의 재선을 바라보는 닉슨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는 『72년 가을에 가서는 취임 시 병력의 근 10분의1에 불과한 약 5만 명의 병력만을 잔류시키겠다』고 한 그의 철군 계획을 보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군의 대거 철수 후 월남 군이 강화됨이 없이는 공산군의 공세를 감당하기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①미군 사상자 수를 줄이고 ②월남군의 전력을 강화하며 ③철군의 위험 부담을 줄인다고 하는「닉슨·독트린」의 현 공식은 적어도 72년 가을까지는 일관하여 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하에 진행된 첫 실험이 바로 70년4월의「캄보디아」진공이다. 그러나 보다 완전한「닉슨·독트린」의 전형으로 제시된 이번 작전의 목적을 에이브럼즈 주월미군 사령관은 어떻게 요약하고 있는가.
2월25일자「워싱턴·포스트」지에 의하면「라오스」작전이 ①호지명 루트의 영구적인 차단이나 봉쇄를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그곳에 저장된 월맹군의 보급 물자를 파괴하는데 있으며 ②그 성패는 10월에 있을 월남 대통령 선거 때 공산군의 대공세 감행 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말하자면 이번 작전의 주목적은 군사적으로는 월남전토의 두 요충을 연결시키려는 월맹 측의 기도를 일시적으로 차단, 그들의 보급 활동을 약 1년 이상 지연시킴으로써 오는 10월 월남 정부의 안정을 돕고 정치적으로는 72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시간적 여유를 얻자는 것이다.
월남전토의 두 요충이란 북의「통킹·델터」와 남의「메콩·델터」이다. 철광석·석탄 등 지하 자원이 풍부한「통킹·델터」와 쌀·과실·인력이 풍부한「메콩·델터」를 연결하려는 것이 월맹 측의 일관된 노력이었다. 이것이 연결되면 월맹에 유리하고 월남엔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차단하는 것은 월남으로서는 사활의 관건인 것이다.
「캄보디아」의 시아누크 축출과「콤퐁솜」항의 봉쇄로 공산 측은 북으로부터의 보급을 오로지 라오스 접경의 서 측에 기운 호지명 루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루트를 차단할 결정적인 방법은 17도선 부근의 빈이란 곳에서 서쪽 자르 평원으로 가는 7번 국도를 차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존슨 행정부 때부터 빈 지역에 해병대를 상륙시키려는 안이 대두되기는 했었으나 약 10개 사단의 병력이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에 존슨 대통령은 북폭 중지와 파리 회담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파리 협상보다는 미군 사상자 수가 줄어드는 확전을 택한「닉슨·독트린」은 이 보급망을 적어도 72년까지 단속적으로 파괴하면서 적의 활동을 지연, 그 동안「티우」 방식의 강경한 반공 월남을 17도선 이남에 확립해 놓는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 이번「체폰」점령이 과연 10월의 월남 대통령 선거 때로 예측되는 공산군의 대공세를 좌절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다량의 보급 물자를 발견, 파괴하고 일체의 건물·시설·요새들을 일소함으로써「체폰」이 『연기와 화염에 휩싸였다』는 외신 보도를 볼 때, 적의 보급 활동에 커다란 교란을 가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월남전이 정규전 아닌「게릴라」전이라는 데에 있다.
더구나「체폰」을 영속적으로 점령하려는 것도 아니다. 게릴라전이란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일단 도망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호지명 루트는 또 기지도 아니다. 길이다.
캄보디아 진공 때도 그랬지만 이번「체폰」점령 때도 『단 한 명의 민간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는 보도다.
그렇다면 일단 작전을 끝내고 돌아온 다음엔 어떻게 되는가?「적퇴아진」이란「게릴라」병법이 되풀이 될 것은 쉽사리 예측할 수 있다.
그 위험성은 캄보디아 진공이 끝난 뒤의 오늘의 캄보디아 정세의 악화가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닉슨·독트린」의 구체적인 성공 실적인「체폰」점령은, 바로 그런 위험성을 화력 이후의 정치의 묘수로 극복하는데서 영속적인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근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