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계속 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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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는 헌법 제69조3항의 해석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백남억 공화당 의장 서리는 지난 5일의 기자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71년에 당선되면 75년에는 다시 출마할 수 없다』고 명백히 하였는데,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씨는 거듭 현행 헌법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71년에 당선되더라도 75년에 출마할 수 있다』고 주장, 마치 여야가 뒤바뀐 듯한 느낌을 주는 헌법 해석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정 후의 헌법 제69조3항의 해석에는 물론 순수한 객관적 해석과 주관적 해석의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문리적 해석에 따르면『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고 했으니 부 계속적재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반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 임기를 1기나 2기 동안 쉬면 또다시 재임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대통령은 12년간 재임하고 4년 쉬면 다시 12년간 재임할 수 있고 다시 4년 쉬면 12년 할 수 있어 24년 내지 36년간이라도 집권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를 무시한 기계적인 문리 해석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헌법이나 법률의 해석에는 헌법 제정 또는 개정 당시의 국민의 의사와 또 입법을 한 국회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현행 헌법의 개정에 반드시 국민 투표를 행하도록 한 것은 헌법 개정시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헌법 개정의 제안자나 국회는 그 심의 과정에서 헌법 개정 조항에 일말의 의의조차 없도록 명료하게 입안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조항이 불명확할 경우 헌법 개정의 국민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반을 박탈하게 되어 국민 투표의 실익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행 헌법 조문은 불명확하여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음은 우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바와 같다. 69년9월11일 이 조항의 국회 질의 과정에서 백남억 의원은 『1기나 2기 또는 3기 중간에 휴식기간을 두거나 마지막 임기 도중 사퇴한 다음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면 다시 3기연임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고 말하여 당시 국회는 수나 장이 되었었다. 이리하여 공화당 의원 총회는 그 다음 날인 12일, 『①부칙 조항의 기산은 소급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번만 더 재임할 수 있으며 ②3기의 임기 도중 사퇴한 뒤에 재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③3차의 재임을 마친 뒤 쉬었다가 재 출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공식 결의로써 확정했었다.
공화당 의원만으로 제3별관에서 처리된 개헌안도 이 결의에 근거하여 통과되었고, 공화당은 이 결의에 따라 국민 투표에 임했던 것이다. 국민들이 국민 투표에 찬성할 때만해도 공화당 의원 총회의 결의를 믿고 박 대통령의 71년의 재출마만을 허용하기 위하여 찬성 투표를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 개정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된 헌법 조항이 74년도 아닌 71년에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심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의 해석 자는 헌법의 제정자 보다도 현명해야 한다는 격언이 없는 것은 아니나, 헌법 개정권자가 명백히 표시한 의사에 반하여서까지 헌법을 해석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박 대통령이 75년에 계속 출마하기 위하여서는 또다시 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법 해석일 것이며, 법 해석을 억지의 잔재주만으로써 가능하리라고 보는 신민당의 편의주의적 법 해석론을 우리는 배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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