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초등학교 3학년 부모까지 확대한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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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도 1년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 초기와 말에 하루 2시간씩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 대상 연령을 6세 이하에서 9세 이하(취학 중일 경우 초등학교 3년 이하)로 확대하기로 지난 7일 당정협의에서 합의했다. 또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에는 여성의 하루 근로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육아휴직 시행 명령을 어기는 기업은 명단을 공표한다. 당정은 이런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평등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처리키로 했다.

 2010년 2월, 3세 미만에 적용하던 육아휴직을 만 6세 이하로 범위를 넓힌 지 3년 만에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다. 법이 개정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육아휴직 대상이 가장 넓게 적용되는 국가가 된다. 노르웨이·캐나다·일본·독일·프랑스 등 대다수 OECD 국가들은 육아휴직을 3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8세 이상에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오스트리아·네덜란드는 휴직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휴직 기간도 짧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것은 영·유아 보육을 위한 제도의 근본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특히 현행 법에 명시된 경과 규정을 한 번도 적용하지 않고 개정하는 것이어서 기업의 부담과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는 만 6세 이하로 확대 적용하는 대신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8년 출생한 아이부터 육아휴직을 허용토록 부칙(경과 규정)을 뒀다. 2008년에 태어난 아이가 만 6세가 되는 시점은 내년이다. 현행법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법을 바꾼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고용부는 ‘육아휴직 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는 등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Y병원 관계자는 “기업별로 인재상이 다르고, 직무에 따라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며 “대체인력풀을 정부가 운영한다는 것은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추문갑 홍보실장은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으로선 대체인력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육아휴직 확대는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여성 인력의 채용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6만4069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은 1790명에 불과하다.

 노동계도 비슷한 우려를 한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 고용시장에서 여성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확대로 고용보험의 재정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급된다. 급여액은 2004년 208억원에서 지난해 3578억원으로 17배가량 늘어났다. 이로 인해 2006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던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은 만 3세 미만으로 확대 적용된 지 1년 만인 2007년 1069억원의 적자를 봤고, 2011년에는 6138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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