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후의 33인 이갑성 옹-병상의 3·1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3·1절 기념식 때마다 독립선언문을 읽어 우리 민족에게 그날의 함성과 감격을 되살려 주었던 33인중 유일한 생존자 이갑성 옹 (85·전 광복회 회장·서울 용산구 효창동 5의 113)이 병환으로 1일 3·1절 5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채 이날을 병상에서 맞았다. 이옹의 자택 병상에는 1일 상오 박 대통령이 보낸 화분을 비롯, 10여개의 화환이 그날을 그리듯 놓여진 가운데 손원일 전 국방장관과 장동운 원호처장이 위문을 다녀갔을 뿐, 이옹은 부인 최마리 여사 (61)의 간호를 받으며 투병중이다.
이옹은 지난 2월5일 수도여사대 졸업식에 갔다가 귀가 중 계단을 헛디뎌 입은 허리의 타박상이 지병인 심장병에 겹쳐 주치의 최오남 박사 (41)의 치료를 받아왔는데 3·1절을 하루 앞둔 2월28일엔 병세가 악화, 면회가 모두 금지되었다.
지난 2월25일부터 이따금 혼수 상태에 빠지곤 한 이옹은 의식을 약간 회복할 때면 『아아, 함성이 들린다. 이번에도 꼭 기념식에 참석해야지. 이대로 눈을 감으면 먼저간 32인의 넋에 면목이 서지 않는다』며 몇번이나 병상에서 그날을 맞는 안타까움을 호소했다고 부언 최마리 여사가 전했다.
또 이옹은 지난 2월27일 밤 의식을 또렷이 되찾아 부인 최 여사의 손을 잡고 『올해도 꼭 내가 「독립선언문」을 읽으려 했는데 병으로 움직이지 못하니 얼마나 분한 일이냐』면서 52년 전 「독립만세」를 부르짖던 함성을 회상하듯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이옹은 지난 10여년 동안 3·1절마다 기념식에 33인중 유일한 생존자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해 왔는데 62년 3·1절 때 재일 교포들의 초청으로 일본에 체재 중이어서 단 한번 불참했다고.
『몸이 회복되면 내년엔 꼭 한번만 더 선언문을 읽어야겠다』며 『3·1정신을 토대로 민족 단결을 더욱 굳게 해야 한다』고 되뇐 이옹은 현재 혈압이 60∼80사이를 오르내린다고 주치의 최 박사는 『이옹이 회복하려면 한달쯤 더 걸리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상오 이옹의 차남 태희씨 (41)가 미국에서 국제 전화를 통해 아버지의 문안을 드렸고 장남 남희씨 (55)가 문병 왔을 때는 이옹은 『아, 내가 남북 통일을 보아야만 눈을 감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오 3시 한국성교복자 수녀원 수녀 50여명은 청파동 교회에서 이옹의 조속한 회복을 비는 기도회를 갖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