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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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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어보는 것만큼 아이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도 없다. 한 방송인의 딸은 이런 질문을 받고 “난 내가 제일 좋아요”라고 답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다”는 기특한 답변으로 상황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에게 하면 안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라고 하지만 가장 자주 하는 말이자 가장 많이 틀리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라고 질문해야 바르다. “아빠랑 손잡는 게 싫냐?”도 마찬가지다. ‘싫냐’를 ‘싫으냐’로 바루어야 한다.

 ‘-냐’ ‘-으냐’는 해라할 자리에 쓰여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좋다’ ‘싫다’와 같이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 어간 뒤에는 ‘-으냐’가 와야 한다.

 ‘-냐’는 ‘슬프냐’ ‘기쁘냐’처럼 받침 없는 형용사 어간 뒤에 붙는다. ‘길다’ ‘멀다’ ‘달다’와 같이 ㄹ받침인 형용사 어간 뒤에도 ‘-냐’가 온다. “너는 변명이 왜 그리 기냐?” “화장실이 그렇게 머냐?” “수박이 왜 이리 다냐?”처럼 쓰이는데 이때 어간의 끝음절인 ㄹ은 탈락한다.

 “가게 규모가 크냐? 작냐?” “그 가게 사과가 자냐? 굵냐?”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크냐 작으냐’ ‘자냐 굵으냐’로 고쳐야 바르다. ‘크다’ ‘잘다’와 같은 받침 없는 형용사 어간, ㄹ받침인 형용사 어간 뒤에는 ‘-냐’가 오고 ‘작다’ ‘굵다’와 같은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 어간 뒤에는 ‘-으냐’가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날이 덥냐 춥냐에 따라 보양식이 다른 것은 체온 조절과 관련 있다고 한방에서는 설명한다”의 경우 바르게 쓰인 걸까? ‘날이 더우냐 추우냐’라고 해야 된다.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형용사 어간 뒤에는 ‘-으냐’가 오고, ‘덥다’ ‘춥다’는 어간의 받침 ‘ㅂ’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오/우’로 바뀌는 ㅂ불규칙용언이므로 ‘더우냐(덥-+-으냐)’ ‘추우냐(춥-+-으냐) 형태로 사용한다.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둡냐?” “손이 어찌 이리 차갑냐”도 마찬가지다. ‘어두우냐’ ‘차가우냐’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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